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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봄꽃 구분

입력
2015.03.26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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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봄이다. 남쪽에서 올라오는 꽃 소식을 기다릴 것도 없다. 서울에서도 봄 꽃이 다투듯 피어나고 있다. 아파트 단지의 매화와 산수유가 꽃망울을 맺은 게 엊그제 같더니 벌써 영춘화와 개나리가 피었다. 양지바른 산기슭에는 진달래도 드문드문 피어 수줍게 바람에 흔들린다. 서울의 개나리 명소인 성동구 응봉산의 개나리도 일제히 꽃망울을 맺었다. 다음 주말 응봉산 개나리축제 때쯤 절정에 이르면, 한강 건너편에서도 노란 꽃 덩어리에 눈길이 어지러울 것이다.

▦ 봄 꽃 종류에 헷갈리는 사람들이 적잖다. 워낙 한꺼번에 피는 데다 멀리서 보면 색깔과 모양도 엇비슷하다. 영춘화와 개나리, 산수유와 생강나무 꽃이 대표적이다. 요즘처럼 이른봄에 피는 영춘화와 개나리는 길게 늘어진 가지나 노란 색깔이 많이 닮았다. 그러나 가까이 가보면 차이가 뚜렷하다. 작은 나팔처럼 길게 뻗어 나온 꽃 모양은 닮았지만, 끝이 네 갈래로 갈라진 개나리와 달리 영춘화는 여섯 갈래로 갈라졌다. 꽃대에 붉은 빛이 감도는 것도 많아 제법 먼 거리에서도 개나리가 아니다.

▦ 산에 자생하는 생강나무와 달리 산수유는 도회지 공원이나 농촌의 밭과 산기슭에 많이 심어져 있다. 산속에서 만나면 생강나무라고 여겨도 되지만, 야생 산수유도 있어 지레짐작이 빗나갈 수 있다. 실은 나무 줄기와 꽃 모양이 많이 다르다. 나무껍질이 매끈하면 생강나무, 껍질이 군데군데 터지고 벗겨져 거칠게 보이면 산수유다. 꽃이 나뭇가지에서 곧바로 피어 난 듯하면 생강나무, 꽃대가 길게 뻗어 꽃이 성글어 보이면 산수유다. 하긴 꽃을 비벼서 알싸한 냄새가 나면 틀림없는 생강나무다.

▦ 꽃을 즐기면 그만이지 종류나 이름이 무슨 소용이냐고? 그러나 옛사랑이 먼 뒷모습만으로도 반갑듯, 종류나 이름을 알면 꽃놀이의 흥취가 커진다. 무엇보다 영춘화 사진에 개나리라는 설명을 적고, 매화를 ‘일찍 핀 벚꽃’이라고 우기는 신문기사는 커다란 오보(誤報)다. 신문기자가 아니어도 교사 등 기초적 오류만큼은 피해야 할 직업은 많다. 늘 확인하는 습관을 몸에 붙이기 위해서라도 흔한 꽃 정도는 알아 두려는 성의를 가지는 게 좋다. 눈앞의 꽃놀이 철에 중년 심통이 동해서가 아니다.

황영식 논설실장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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