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작가 데이브 브라이는 ‘경기시간이 긴 야구는 지루하지 않다. 그것은 참선이다’는 제목의 글을 26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기고해 눈길을 끌고 있다. 그는 그러면서 “야구에는 느림의 미학이 있다”며 “느린 야구가 바쁜 현대인들에게 도피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빠른 야구’가 대세인 최근 흐름과는 배치되는 논조다. 바쁜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3시간 이상씩 늘어지는 경기 시간을 참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루한 걸 싫어하는 젊은 팬의 유입이 줄어들자 미국 프로야구(MLB) TV중계권료는 미식축구와 프로농구에도 뒤졌다. 결국 MLB 사무국은 야구 팬들을 붙잡기 위해 ‘스피드 업’ 규정을 대폭 강화했다. 경기 시간 단축을 위해 올해부터 마이너리그에서 투구시간 제한 규칙을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선수노조의 동의를 구하지 못해 메이저리그에선 아직 적용되지 않지만 메이저리그에도 같은 규칙을 적용하기 위한 사전 단계인 셈이다. 실제 올 시즌 메이저리그 시범경기부터 경기 시간 단축을 위한 스피드업 규정을 적용하기도 했다. 이에 평균 3시간 2분까지 늘어났던 경기시간이 2시간대로 줄어드는 효과를 보기도 했다.
이에 대해 브라이는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야구에서 즐길 수 있는 기쁨 중 하나로 ‘여유’를 꼽았다. 농구나 축구 등 다른 메이저 종목은 정해진 경기 시간이 있다. 그러나 야구는 27번째 아웃카운트를 잡아야 끝나기 때문에 시간 제한이 없다는 걸 강조한 것이다.
물론 경기시간이 길어 지루할 수는 있으나 항상 바쁘게 사는 현대인들에게 ‘느림’이 꼭 필요하다고 그는 주장했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들이 ‘투구와 투구 사이, 아웃과 아웃 사이, 이닝과 이닝 사이에 걸리는 시간이 길다’고 생각하는 데에 그는 다른 시각으로 접근했다. 절반만 경기에 집중하고 나머지 절반은 푸른 잔디를 감상하거나, 하늘의 구름을 쳐다보거나, 시원한 맥주를 마시거나 함으로써 바쁜 삶에 대한 특별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러한 보상들은 평소 일할 때 쓰지 않는 뇌를 자극하여 우리가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준다고도 했다.
시카고 컵스의 존 레스터(31)도 브라이의 의견에 동의했다. 레스터는 “야구는 아름다운 스포츠다. 시간 제한이 없고, 샷 클락(경기 시간을 재는 데 쓰는 시계)도 없다”며 야구의 여유를 아름답다고 표현했다. 이에 덧붙여 “투구 시간 제한 규칙 등을 적용해 3시간짜리 경기가 2시간 50분이 됐는데 뭐가 달라졌는지 모르겠다. 계속해서 경기 시간을 단축한다면 야구의 아름다움이 사라질 것”이라며 빠른 야구에 대한 경각심을 나타냈다.
브라이는 마지막으로 야구가 미국 스포츠 중에서 참선(參禪)에 가장 가깝게 묘사된다고 설명하며 “아무 것도 없는 찰나를 즐겨야 한다”고 했다. 참선은 불교의 한 종파인 선종에서 ‘자신의 본성을 간파하기 위해 앉아 있는 수행’을 뜻한다. 그러면서 그는 “잠든 것 같은 상황에서도 모든 걸 의식하는 것이야 말로 참선”이라며 느린 야구가 바쁜 현대인들에게 도피처가 될 것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금보령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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