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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 생계 실질적 보장 '생활임금제' 주목

입력
2015.03.26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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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이상 지급하는 제도

소비ㆍ투자 모두 늘어 선순환

서울 성북구청 청소노동자 박용범(61)씨는 평일 오전 6시30분부터 하루 8시간씩 동료 직원 10명과 함께 각각 청사 한 층씩을 맡아 청소한다. 박씨의 현재 월급은 149만5,000원이다.

박씨는 “2009년 용역회사를 통해 성북구청에서 일을 시작했을 당시 월급은 92만원으로 다른 지역과 비슷한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3년 뒤인 2012년 박씨가 성북구 도시관리공단 소속으로 전환된 직후 월급은 119만6,000원으로 올랐다. 시급으로 치면 약 6,200원 수준이었다. 2013년1월 생활임금을 적용받으면서 월급은 127만3,000원으로 더 올랐다. 성북구가 참여연대의 제안을 받아 도입한 생활임금제는 임금 근로자의 실질적 생활이 가능하도록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법이나 조례로 규정한 제도다. 최근 근로자 생계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정책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생활임금 기준은 도입 기관마다 다르다. 성북구는 상시고용 5인 이상 사업체 평균임금의 절반에 서울시 생활물가 조정분(8%)을 더해 시급을 7,150원으로 정했다. 올해 시간당 법정 최저임금 5,580원보다 1,570원 많다.

2009년 구청 청소노동자의 이직률은 20~30%에 달했지만, 생활임금제로 전환한 후 2년간 퇴직한 직원은 65세 정년을 채운 경우를 제외하면 단 한 명도 없다.

수입이 늘자 직원들의 씀씀이도 조금 커졌다. 박씨와 함께 2009년부터 성북구청에서 근무한 청소노동자 김이월(59ㆍ가명)씨는 “예전 월급 92만원으로는 생활비 쓰는 것도 빠듯해 주변 경조사 소식 듣는 게 두려웠는데, 이제는 동료ㆍ친인척의 결혼, 장례 소식을 들으면 3만원씩 꼬박꼬박 부조를 할 수 있게 됐다”며 “장 볼 때 반찬거리 하나라도 더 사게 된다”고 말했다. 성북구 도시관리공단과 성북문화재단 직접고용 근로자를 대상으로 시행한 ‘생활임금제’는 지난해 8월 관련 조례가 성북구의회를 통과하면서 간접고용 근로자까지 적용 범위가 확대됐다.

소득불평등 문제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정체상태인 저소득 임금을 끌어 올리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저임금을 높여 저임금계층 소득수준을 끌어올리는 한편, 일부 지자체가 도입한 생활임금제를 공공기관과 대기업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금이 오르면 소비와 투자가 늘어나 경제 성장이 이뤄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홍장표 부경대 경제학과 교수의 ‘한국의 기능적 소득분배와 경제성장’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의 실질임금이 1% 늘어나면 실질노동생산성은 0.45~0.50%, 고용은 0.22~0.58%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국내총생산(GDP)도 0.68~1.09%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홍 교수는 보고서에서 “자본소득보다 노동소득의 소비성향(소득에 견준 소비의 비중)이 월등히 높기 때문에 실질임금이 상승하면 소비지출이 크게 증가한다”며 “외환위기 이후 한국 경제는 ‘실질임금 상승이 고용을 감소시킨다’는 신고전파 경제학의 명제보다는 ‘실질임금 상승이 고용을 증가시킨다’는 케인스 명제가 타당하다”고 밝혔다. 또 국내 노동소득분배율이 1% 증가하면 총 수요는 1.24~2.19% 증가하고 민간소비는 0.52~0.71%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기업의 이윤보다 가계의 임금이 늘어나야 총수요 진작을 통한 경제성장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이윤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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