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도 아닌 불청객 황사가 금년 들어 벌써 여섯 번째 찾아와 10여일이나 우리를 괴롭혔다. 황사의 80% 이상이 발원하는 고비사막, 네이멍구 고원지대의 기온이 평년보다 섭씨 5도 이상 높고 강한 황사바람까지 겹쳐 사막의 흙먼지가 대류권 상층부로 불려 올라가서 강한 편서풍을 타기 때문이다. 설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달 22일에는 미세먼지기준의 열 배 가까운 황사가 몰려와 4년 만에 처음으로 특보가 한반도 전역에, 그것도 때 아닌 겨울철에 발령되기도 했다. 이달 들어서는 춘분을 전후해 크든 작든 황사가 연일 밀려들어 국민을 괴롭히고 있다.
황사 발생에 관한 역사적 기록은 중국에서는 기원전 1150년, 우리나라에서는 서기 174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중국사 속 최초의 황사는 전국시대 사관이 죽간에 썼다는 기년(紀年)에 ‘제신오년 우토우호(帝辛五年 雨土于毫)’라고 기록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신라 아달라왕 21년(174년)에 ‘우토(雨土)가 나타났다’고 삼국사기에 나온다. 황사의 역사가 3,000년 이상이라는 얘기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메릴랜드대, 마이애미대의 연구진이 2007년부터 2013년까지 사하라 사막에서 발원해 대서양을 건너 아마존 지역에 도달하는 황사를 공동 연구했다. 그 결과 아마존 유역에서 물이나 홍수로 잃어버리는 필수 비료성분인 인(燐)을 황사가 연평균 2만톤 이상 보충해주고 있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의 일부 전문가들은 황사가 피해만 주는 것은 아니고 국토를 기름지게 하는 천연비료의 역할을 하고 있다거나 호수의 산성화를 억제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황사가 자연현상이고 우리의 토양에 일부 순기능을 한다고 하여 하늘을 뿌옇게 뒤덮는 황사를 그냥 지켜볼 수만은 없다. 정부는 2007년부터 중국, 몽골 정부와 함께 황사 발원지역의 사막화 방지 조림사업(약 3,063㏊)을 추진하고, 황사발원지에 공동관측소(10개소)를 설치하여 운영하는 등 국제협력을 확대해 왔다. 뜻 있는 민간단체와 기업들도 동참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과 몽골의 사막 면적은 한반도의 약 15배에 달하는 광활한 지역이고 식목해도 표토층이 건조해 활착이 잘 안되며 초기에 살아남는다 해도 충분한 크기로 자라기 전에 확산하는 사막, 이동하는 사막에 묻혀버리기 일쑤다.
여기에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이 과잉방목이다. 미국의 생물학자 가렛 하딘이 1968년 12월 사이언스지에 발표한 ‘공유지의 비극’이라는 에세이가 있다. 공동체가 함께 이용하는 목초지를 자유방임하면 목축인 누구나 사적 이익의 극대화에만 골몰해 방목을 경쟁적으로 확대하게 되고 종국에는 목초지가 황폐화되면서 공동체가 파멸에 이른다는 이른바 환경재 관련 부정적 외부효과를 예증한 내용이다. 10년 전 네이멍구의 한 사막화 지역의 목초지를 방문해 듬성듬성 있는 풀을 가축이 뿌리까지 뽑아먹는 광경을 목도했을 때 과잉방목을 막지 못하면 조림사업은 아무 의미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막화 지역의 목축인들에게 방목 이상으로 수익성 좋은 대체소득원을 제공해주어야 공유지의 비극에 의한 사막화 현상을 막을 수 있다. 이를 위해 당사국과 주변국들이 뜻과 힘을 모아야 할 때다.
관련국과 주변국들이 황사 방지에 뜻을 모아 심혈을 다 기울여도 현세대 내에 해결될 가망은 극히 낮다. 이러한 여건을 감안할 때 동북아 역내의 도시화ㆍ산업화 지역에서 발생하는 인위적 미세먼지를 획기적으로 감축하여 건강 악영향을 줄이는 것이 무엇보다 긴요하다. 정부에서는 이 분야의 한·중 양자 협력을 실질적으로 확대해 나가면서 국내 발생분 감축대책도 한층 강화해 나갈 것이다. 대자연 앞에서 아무리 지난하고 미약해 보인다 해도 오늘 한 그루 희망의 나무를 심는 일은 뜻 있고 위대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윤성규 환경부 장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