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극장 앞에서는 ‘대학로극장 폐관 반대 집회’가 열렸다. 주최 측 추산 약 150명이 참가한 이 집회에서 연극인들은 상여를 둘러업고 곡을 하며 마로니에 공원으로 행진했다. 상여 앞 만장(고인을 애도해 지은 글을 적은 깃발)에는 ‘문화융성시대에 문화말살 웬 말이냐’ ‘내몰리는 연극인, 내몰리는 연극 거리’라고 적었다.
70~150석 규모의 대학로 소극장들이 줄줄이 폐관하고 있다. 한때 200여개에 달하던 대학로 일대 소극장 수는 현재 130여개로 줄었다. 2012년 배우세상소극장(2006년 개관)과 정보소극장(1993년)의 주인이 바뀌었고, 2013년 학전그린소극장(1996년)이 문을 닫았다. 올 1월엔 상상아트홀(1990년)과 김동수 플레이하우스(2000년)가 폐관했다. 대학로극장(1987년), 꿈꾸는 공작소(2010년)도 최근 폐관 위기에 처했다.
원인은 급격하게 오른 임대료. 1960년대 명동, 1960~70년대 세종로, 1980년대 신촌처럼 문화예술인들의 활동무대가 유동인구를 부르고, 지구가 상업화하면서 치솟은 땅값을 감당하지 못해 사라진 악순환의 한 사례다. 정재진 대학로극장 대표는 “2004년 대학로가 서울시 문화지구로 지정됐을 때 기대가 컸지만, 문화예술인들에 대한 변변한 지원 없이 땅값만 올렸다”고 주장했다. 문화지구 지정 후 홍익ㆍ동덕ㆍ상명대 등 대학과 CJㆍ롯데ㆍ대명 등 기업들이 대학로에 극장을 짓거나 임대해 땅값상승을 부채질했고, 극장들의 과열경쟁만 부추겨 관객 유치가 쉽지 않았다.
2004년 당시 150만원 선이던 대학로극장 임대료는 10년만에 340만원으로 치솟았고, 앞100만원 정도는 더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90년대 후반 유료관객 점유율 60%가 넘었지만, 이제는 뚝 떨어져 지난 달 무대에 올린 ‘관객모독’의 유료관객은 10%, 매출은 400만원에 불과했다. 정 대표는 “대학로 중심가 소극장 임대료는 1,000만원을 넘은 지 오래”라며 “돈 되는 작품만 무대에 올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상업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뮤지컬과 코미디류, 대형스타마케팅 공연만 살아남아 다양성이 점차 사라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작품 경쟁력이 없는 연극을 왜 지원해야 하느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지만, 연극은 배우 연출가 극작가 등을 양성해 문화계에 배출하는 가장 기초적인 장르라는 점에서 연극생태계를 다양하게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연극인들의 바람은 하나다. 민간극장의 공공성을 인정하고,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 정 대표는 “저희 극장에서 1990년 공연한 ‘불 좀 꺼주세요’가 1994년 서울시 정도 600주년 기념사업으로 영화 ‘서편제’와 함께 400년 후 후손들이 볼 수 있게 타임캡슐에 담겨 남산 한옥마을에 수장됐다. 이런 작품도 지원하지 못할 바에야 대학로 문화지구를 철회하는 게 맞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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