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먹어야지. 그래야 키 크지.” 식당에 앉아 밥을 먹는데 옆 테이블에 앉은 모녀가 나누는 대화가 들린다.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아이는 입을 삐죽 내밀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다. 엄마는 계속 아이를 어르고 달래고 구슬려서 결국 아이의 입을 여는 데 성공한다. 새침데기 같던 아이의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엄마가 숟가락에 떠준 밥과 반찬이 맛있었던 모양이다. 다른 쪽 테이블에 앉은 두 여자가 나누는 대화는 영 딴판이다. “그만 먹어야 돼. 배고파서 계속 먹었더니 바닥까지 긁어 먹게 생겼어.” “그러게 말이야. 트레이너가 조금 덜 먹고 훨씬 더 많이 걸으라고 했는데.” 여자들은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계산을 하고 식당 밖으로 나간다. 표정에는 사뭇 비장함마저 서려 있다. 두 테이블의 사이에서 밥을 먹다가 갑자기 웃음이 터져 나온다. 한쪽은 더 먹는 일로, 다른 한쪽은 덜 먹는 일로 옥신각신하니 그 사태에 휘둘려 나도 모르게 숟가락을 들었다 놨다 했던 것이다. 생각해보니 시를 쓰는 내게 늘 매력적이었던 부사는 ‘더’와 ‘덜’이었다. 과잉과 결핍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다 결국 식당의 이 테이블에 자리를 잡게 된 것 같았다. 말을 더덜더덜 더듬고 있으면 어느새 시를 쓰고 있는 나 자신을 마주할 수 있었듯 말이다. 오늘은 평소보다 밥을 더 먹었으니 그만큼 글을 더 열심히 써야겠다고 생각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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