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 소송 상대방 불법 사찰 의혹
국내 한 대기업이 흥신소 직원을 고용해 소송 상대방인 민간인을 불법 사찰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논현동 D호텔 대표 정모씨를 미행하고 동영상을 촬영한 흥신소 직원 강모씨에 대해 24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2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는 23일 오전 압구정동의 한 카페에서 지인을 만나 대화하던 중 휴대폰 카메라로 자신과 일행을 촬영하던 40대 중반의 강씨를 발견했다. 이를 수상히 여긴 정씨는 강씨를 제압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강씨는 동영상 촬영 사실을 완강히 부인했지만 확인 결과 강씨 휴대폰에는 이날 오전 정씨가 집을 나선 후 지인을 만나기까지 일거수일투족이 동영상으로 촬영돼 있었다. 경찰은 강씨를 현행범으로 긴급체포했다.
피해자 정씨는 강씨가 자신과 소송 중인 국내 대기업 금융계열사 H사가 고용한 흥신소 직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2010년 자금난에 빠진 정씨는 자신 소유의 D호텔 건물을 담보로 H사와 5년 만기의 300억원 대출 계약을 맺었다. 양측은 이 기간에 건물 지하 1층, 지상 1~3층을 H사가 사용할 수 있는 조항을 집어 넣었는데, 이후 H사가 지정한 업체는 밀린 매장 임차료 10억4,000만원을 지급하지 않고 잠적했다. 정씨는 매월 해당 매장 임차료를 제외하고 이자를 납부했으나 H사는 정씨가 채무를 불이행한 것으로 간주해 호텔을 경매에 부쳤다. 그 결과 호텔 소유권은 지난해 6월 다른 업체로 넘어간 상태다. 정씨는 H사 측이 호텔을 강탈할 목적으로 꾸민 일이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낸 뒤 H사 본사와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1인 시위를 해왔다.
정씨는 경찰 조사에서 “1인 시위를 할 때부터 강씨를 비롯한 H사 관계자들이 지속적으로 쫓아다니며 사찰을 해왔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정씨 주장에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해 의혹 해소 차원에서 영장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현재 강씨는 H사의 지시를 받지 않았다며 관련성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H사 관계자는 “정씨가 채무를 이행하지 않아 절차에 따라 경매신청을 했을 뿐, 강탈은 말도 안 된다”며 “강씨도 우리와는 전혀 무관한 사람”이라며 사주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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