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측 뒤늦게 의료시설 참관 불허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 사회문화분과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성재 전 문화부 장관이 25일 보건의료 실태 파악을 위해 개성공단을 방문했다. 북한이 북측 시설 참관을 허용하지 않는 바람에 ‘반쪽 방북’에 그치긴 했으나 북한이 출범 당시부터 비판해 온 통준위 관계자들의 방북이라는 점에서 꽉 막힌 남북관계 물꼬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이날 방북길에 오른 총 9명의 국제보건의료재단 방문단 가운데 통준위 관계자는 김 전 장관 이외에도 양호승 월드비전 회장, 황나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건강보장연구실장, 이금순 통일연구원 북한인권센터장 등 4명이 포함됐다.
통일부에 따르면 이들은 이달 초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를 통해서 북측과 방북 협의를 마쳤다. 방북단은 당초 개성공단 내 북측 진료시설과 탁아소 등 의료 보육 시설을 점검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북한이 이날 돌연 통준위 행사처럼 비쳐지는 게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개성공단 내 북측 의료 시설 참관을 불허하면서 방북단은 남측 시설을 둘러보는 데 만족해야 했다. 김 전 장관은 “북측이 오늘 아침 갑작스레 이번 방북이 통준위 인사 행사처럼 보도됐다며 참관을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우리 측 개성공단관리위에 통보해 왔다”며 “북측 인사들하고 접촉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북한의 갑작스런 참관 제한 통보로 이날 방북이 빛이 바라긴 했지만, 정부가 김대중 전 대통령 측 인사인 김 전 장관을 메신저로 삼아 남북관계 돌파구 마련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김 전 장관은 지난해 북측 초청으로 개성공단을 방문,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친서를 이희호 여사에게 전달한 바 있다.
특히 방북단이 역점에 두고 있는 모자보건 사업은 박근혜 대통령이 독일 드레스덴에서 밝힌 통일 구상의 실천 방안으로 올해 정부가 중점 추진키로 한 대북 사업 중 하나다. 김 전 장관은 “오늘 실태 파악을 한 만큼 정부와 함께 사업을 구체화 한 뒤 공식적으로 북한 측에 협의를 제안 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이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연일 사과할 수 없다거나 대화 재개 조건이 아니라고 세게 반발하고 있지만, 오히려 대화 국면으로 전환하기 전 마지막 반전을 시도하려는 신호로 읽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정치적 현안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근본적인 남북관계 개선으로 이어지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북한이 김성재 전 장관의 방북을 승인한 것은 통준위라는 타이틀 보다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 측 인사이기 때문에 허용한 것으로 보는 게 맞다”고 해석했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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