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8000달러 넘어섰지만
저성장ㆍ저물가 기조에 따라
올해 성장률 2%대 중반 전망도
1%대 물가 상승률도 악재로
지난해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2만8,000달러를 넘어섰다. 외견상으론 올해 1인당 소득 3만달러 돌파 전망을 밝게 하는 수치지만, 지난해처럼 원화 강세에 따른 소득금액 상승 효과를 기대하기 힘든 데다가 성장률, 물가 등 관련 지표도 부진이 예상돼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 지표로 삼고 있는 가계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 비율은 1년새 4%포인트 가까이 오르며 경보를 울리고 있다.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4년 국민계정(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GNI는 2만8,180만달러로 전년(2만6,179달러)보다 7.6% 늘어났다. 가계 구매력과 더 밀접한 지표인 1인당 가계총처분가능소득(PGDI)도 전년(1만4,704달러) 대비 7.4% 오른 1만5,786달러를 기록했다. 국내총생산(GDP)으로 집계하는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속보치와 같은 3.3%였다.
지난해 1인당 GNI가 성장률보다 큰 폭으로 상승한 주요인은 원화 강세에 따른 환율 효과다. 2013년 연평균 1,095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053원으로 하락(원화가치 상승)했다. 국가 간 비교를 위해 통상 달러화로 표시되는 1인당 GNI가 원화로 표시되는 GDP 성장률보다 증가폭이 큰 이유다. 1인당 GNI를 원화로 환산하면 전년 대비 증가율이 3.5%로 낮아진다. 미국이 연내 금리 인상을 예고하면서 달러 강세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올해는 이같은 환율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통령까지 언급했던 ‘1인당 소득 3만달러 시대 개막’ 전망이 약화되고 있는 또다른 이유는 저성장·저물가 기조다. 지난 1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9%에서 3.4%로 낮춘 한은은 연초 성장 둔화를 들어 4월 수정전망에서 추가 하향 조정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해 성장률을 분기별로 보면 1분기 1.1%, 2분기 0.5%, 3분기 0.8%, 4분기 0.3%로 2분기 세월호 참사 영향을 감안하면 지속적인 하향 곡선을 긋고 있다. 이렇다 보니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2%대 중반으로 낮추는 기관까지 나오고 있다. 유가 하락까지 겹치며 1%대 상승률이 예상되고 있는 물가도 국민소득 집계에 불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국민소득이 증가하려면 물가상승률을 포함하는 경상성장률이 올라야 하기 때문이다.
1인당 GNI가 3만달러에 근접했지만 가계 체감소득은 냉랭한 상황이다. 지난해 민간소비지출 증가율은 전년보다 0.1%포인트 낮아진 1.8%로, 정부소비지출 증가율(2.8%)보다는 1%포인트나 낮았다. 반면 지난해 가계저축률은 2004년(7.4%)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은 6.1%를 보였다. 그만큼 가계가 지출을 줄였다는 얘기다. 박종규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임금 없는 성장’ 현상 등으로 가계소득이 늘지 않다 보니 지표상 국민소득 증가가 실감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우리 경제의 아킬레스건이라 할 수 있는 가계부채는 가계 소비여력을 더욱 위축시키는 형국이다. 한국일보가 한은의 지난해 자금순환통계 및 국민계정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가계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 비율은 전년(160.3%)보다 3.9%포인트 증가한 164.2%를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33.5%)보다 31%포인트 가량 높은 수준이다. 2017년까지 이 비율을 5%포인트 낮춰 155% 수준까지 떨어뜨리겠다던 정부의 공언과는 정반대로 움직이는 형국이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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