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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흉물 '미쓰비시 줄사택' 70년 만에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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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흉물 '미쓰비시 줄사택' 70년 만에 바뀐다

입력
2015.03.25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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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때 中 침략 위한 합숙소 건설

화장실 없는 등 도심 속 공동화 진행

지역발전委서 개조 프로젝트 선정

4년 간 폐가 등 대대적 정비키로

주민들 "이번에는 제대로 변해야"

인천 부평구 부평동 미쓰비시 줄시택은 일제강점기 군수공장 노동자 합숙소가 들어서면서 만들어졌다. 이후 70년간 재개발 등이 없어 현재는 도심의 흉물로 남아 있다. 25일 인근 건물에서 바라본 미쓰비시 줄사택.
인천 부평구 부평동 미쓰비시 줄시택은 일제강점기 군수공장 노동자 합숙소가 들어서면서 만들어졌다. 이후 70년간 재개발 등이 없어 현재는 도심의 흉물로 남아 있다. 25일 인근 건물에서 바라본 미쓰비시 줄사택.

따뜻한 봄볕이 내려 앉은 25일 오전 인천 부평구 부평동 부평공원에서 남부고가교를 건너 주택가로 들어서니 일본식 기와를 얹은 키 작은 주택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기와가 빠진 지붕은 군데군데가 주저 앉아 있었고 칠이 벗겨진 벽은 합판이 몇 번씩 덧대져 있어도 위태롭게 보였다. 양쪽의 벽에 어깨가 닿을듯한 좁은 골목길 사이로 다닥다닥 붙어있는 허물어진 벽돌집과 언제 지어졌는지 알 수 없는 목조건물에는 세월의 더께가 고스란히 덮여있었다.

이 동네는 1940년 대 초 중국대륙 침략을 준비하던 일제가 군사무기 부품 공급을 위해 세운 미쓰비시중공업 군수공장에서 일할 노동자들의 합숙소를 건립하면서 만들어졌다. 민가를 강제로 철거하고 들어선 군수공장 옆에 합숙소 건물이 줄을 지어 서 있다고 해 ‘미쓰비시 줄사택’이라 불렸다. 일제는 군사무기를 제조하는 조병창과 이 곳에 부품을 공급하는 군수공장 등을 부평에 세워 군사도시화했다.

당시 줄사택에는 강제 징용을 피하기 위해 공장에 일하러 온 젊은이와 땅을 빼앗겨 먹고 살길이 없어져 공장으로 흘러 들어온 농민 등이 거주했다. 해방 후에는 집 없는 사람들이 몰려와 살면서 마을도 형성됐다.

동네가 만들어진 지 70년이 지났지만 이곳엔 대대적인 재개발·재건축 바람도 비켜갔고, 마을은 점차 도심의 흉물로 변해갔다. 줄사택 일부 건물은 화장실마저 없어 주민들이 야외에 설치된 간이화장실을 이용해야 했다. 단층 건물과 텃밭 밖에 없는 줄사택 일대는 높은 건물들 사이에 둘러싸여 고립된 섬이 됐다.

이 동네에서 20년째 살고 있다는 70대 한 주민은 “주변에 빌라 등 높은 건물들이 많이 들어섰지만 여기는 예전 그대로다”라며 “아파트, 빌라를 살 돈이 있는 사람들은 하나 둘씩 다 이사 가고 이제는 하루 벌이하는 몇 집 밖에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줄사택 일대에 70년 만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줄사택은 인천 동구 만석어촌마을, 강화군 강화읍 서문안마을과 함께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회가 추진하는 취약지역 생활여건 개조 프로젝트 사업 대상지로 선정됐다. 서울 1곳, 경기 3곳 등 전국에서 모두 85곳이 사업 대상지로 뽑혔다. 이 프로젝트는 2018년까지 550억원을 들여 도시와 농어촌의 낙후된 지역의 안전, 위생 등 주거환경을 개선해주는 사업이다.

이에 따라 부평구는 앞으로 4년간 줄사택 일대 빈집과 폐가 등을 사들여 공동화장실, 공동빨래방, 공동작업 등을 짓게 된다. 화재시 소방차 진입이 어려운 도로가 정비되고 잦은 침수 등으로 붕괴 위험이 있는 건물과 축대 등에 대한 개량과 수리도 이뤄질 예정이다.

줄사택 인근 빌라에 사는 60대 한 주민은 “낡고 위험한 건물들을 허물고 재개발한다는 얘기가 수년 전부터 나와 기대가 컸지만 실제로 이뤄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며 “아무도 살지 않는 집, 지은 지 50년이 넘은 건물들이 많은 데 이번 기회에 정리가 되고 주민들에게 필요한 시설들이 들어서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이환직기자 slamh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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