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재정 투명화 난상토론
“국제투명성기구 조사에서 우리 국민들이 1~3위 부패집단으로 정당, 의회, 종교집단을 꼽았습니다.”
“절은 찢어지게 가난한데, 스님이 고급 차를 타고 다니니 당연히 뭔가 숨기는 게 있다고 보는 겁니다.”
조계종 스님과 신도 110여명이 사찰 재정 문제에 대한 난상토론을 벌였다. 조계종은 예결산을 공개하도록 하는 사찰예산회계법을 시행하고 있으나, 전국 2,900여개 사찰 중 950 여 곳만 이를 종단에 보고하고 있으며 그 신뢰성에도 의문이 제기돼왔다.
25일 조계종 총무원 산하 연수시설인 충남 공주시 한국문화연수원에서 열린 토론회 ‘종단 혁신과 백년대계를 위한 사부대중 100인 제3차 대중공사’참석자들은 “재무를 맑고 투명하게 해야 승가에 대한 신뢰도 회복하고, 신심도 깊어진다”고 입을 모았다.
브리핑에 나선 한국불교문화사업단장 진화 스님은 “사찰 예결산은 공개가 원칙인데, 지난주에 결산액 10억 이상 대상 사찰 81곳에 전화해 물었더니 종무원들 절반이 이런 의무를 모르고 있었다”며 “안에서조차 의식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천주교는 기부금 내역을 국세청에 신고해 신도들에게 바로 볼 수 있게 해 신뢰를 얻는 등 빠르게 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계종이 2004~2013년 회계를 보고한 사찰 946곳을 분석한 결과 연 결산액이 ▲15억원 이상 사찰은 33곳(3%) ▲5억~15억원 67곳(7%) ▲2억~5억원 123곳(13%) ▲1억~2억원 160곳(17%) ▲5,000만~1억원 220곳(23%) ▲5,000만원 미만 341곳(36%) 으로 조사됐다.
모둠별 토론에서는 “출가자들의 일부라도 고급차 타고, 골프를 다니면 일반인들은 절이 다 돈을 마음대로 쓴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스님 혼자 있는 사찰에서는 전문적 회계 작성이 어렵다” “주지 개인에게 따로 오는 기부금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없다” 등의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이날 금선사, 천장사, 불광사 등은 회계공개로 오히려 재정이 확충된 사례를 발표했다. 서울 금선사 신도회 이동열 고문은 “연 6회 1박2일 워크숍, 매월 회의 등으로 신도들이 사찰운영 전반, 특히 예결산을 심의해 홈페이지에 공개하면서 20년 전 4,500만원 수준이었던 재정규모가 약 5억7,000만원이 됐다” 고 소개했다. 신뢰 덕에 기부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그는 “모든 행사나 지출은 신도들이 반대하면 할 수 없다 보니 자부심도 커지고 지역사회와 관계도 좋아졌다”고 했다.
조계종은 이날 나온 의견들을 취합해 올해 안으로 관련 정책에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사부대중 100인 대중공사는 올 11월까지 매월 계속된다. 이날 토론에는 스님 72명, 재가자 42명 등 모두 114명이 참석했다.
글ㆍ사진 공주=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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