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보고 않고 묵살한 준장 포함
초유 사태… 지휘부 리더십 타격
현역 해군 중장이 군부대 골프장 캐디를 상습적으로 성희롱 해온 사건(본보 19일자 11면, 25일자 1면)과 관련, 해군이 해당 중장과 준장 2명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기로 25일 결정했다. 현역 해군 장성 3명이 무더기로 징계를 받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해군 지휘부의 리더십이나 도덕성도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됐다.
해군본부 조사결과, A 중장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 사이 자신이 근무하는 군부대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면서 일행이 버디를 기록할 때마다 캐디에게 총 5차례에 걸쳐 노래를 시키고 춤을 추라고 요구한 사실이 확인됐다. 또한 B 준장은 지난 2월 A 중장과 함께 골프를 치던 중 다른 일행이 노래를 부르는 동안 캐디가 “춤을 잘 못 춰서 못하겠다”며 응하지 않자 “엉덩이를 나처럼 흔들어야지”라면서 심한 모욕감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해군은 본보 보도 직후 한민구 국방부 장관의 지시로 본부 감찰단을 해당 부대에 급파해 골프장 캐디 50명을 대상으로 서면조사를 벌였다. 이중 10명의 캐디가 A 중장의 무리한 요구로 심적 부담을 느꼈다고 답했다. 그러나 해군은 진술서에 ‘성적 수치심을 느꼈나’라는 질문은 포함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C준장은 사건을 보고받고도 지휘라인을 통해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해군 자체 조사에 따르면 성희롱을 당한 캐디들이 골프장 운영부장(예비역)에게 이 같은 사실을 토로했고 운영부장은 지난달 두 번에 걸쳐 관할부대장에인 C 준장에게 보고했다. 하지만 C 준장은 “A 중장의 언행은 부적절하지도 성희롱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임의로 판단해 해군본부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고 묵살했다.
이에 해군은 A 중장, B 준장, C 준장 등 장성 3명을 조만간 징계위에 회부해 책임 경중에 따라 엄벌할 방침이다. 국방부가 지난 11일 발표한 ‘성폭력 방지 종합대책’에는 지휘계통에 있는 관련자가 성범죄를 묵인하거나 방조할 경우 가중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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