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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가난한 사람들의 물 전쟁

입력
2015.03.25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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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빈국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 차로 12시간 떨어진 타쿠르가온. 이곳에 거주하는 주민 대부분은 오염된 연못, 웅덩이에 고여 있는 물을 마시고 이용한다. 화장실이 없어 나무 밑, 들판에서 노상배변을 하는 경우가 많아 식수로 사용되는 지하수 오염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소, 돼지 등 가축들과 야생동물들이 마시거나 몸을 담그고 있는 연못 옆에서 설거지를 하거나, 몸을 씻는 주민들의 모습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또 방글라데시는 인구 절반이 비소에 노출되어 있을 정도로 지하수의 비소오염이 매우 심각하다. 비소는 지하수 오염에 그치지 않고 토양과 곡식, 야채 등 토양에서 나는 모든 것들까지 오염시켰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방글라데시 식수 비소 오염 문제를 1만5,000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킨 인도 보팔 독가스 누출사고, 80만 명의 피폭자를 낸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사고를 뛰어넘는 최악의 환경재앙으로 꼽았을 정도다.

이처럼 오염된 식수는 지역주민들에게 복통과 설사, 피부병을 일으킨다. 수인성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드는 의료비는 가난한 주민들의 생계를 더욱 어렵게 한다. 방글라데시 인구의 80%가 거주하는 대부분의 시골마을은 상하수도 시설 부재로 깨끗한 식수를 공급하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은 물을 긷기 위해 학교에 갈 수 없고 어른들은 일하는 시간을 빼앗긴다. 그러면서도 수인성 질병으로 고통 받으면서도 웅덩이의 물과 비소로 오염된 우물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물을 긷기 위해 먼 길을 이동하는 방글라데시 사람들의 하루 평균 소득은 고작 2달러에 불과하다. 생계를 이어가기에도 힘겨워 안전한 물을 얻기 위한 지출은 생각하기 어렵다.

국제구호개발 NGO 굿네이버스는 오염된 물로 고통 받는 개발도상국에 안전하고, 위생적인 식수와 위생시설을 제공하기 위한 ‘굿워터 프로젝트’를 매년 진행하고 있다. 굿네이버스는 타쿠르가온을 비롯한 열악한 지역에 깨끗하고 안전한 물의 접근성을 높이는 공동우물과 지하수 오염을 막는 화장실을 설치하고, 식수오염 예방을 위한 지역주민 위생교육 등의 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뚤리로이(7세) 가족은 굿네이버스가 설치한 우물을 이용한 후 설사와 복통 증상이 사라졌고, 물을 긷기 위해 1시간이 넘는 거리를 이동하는 불편함도 덜었다. 아이는 친구들과 뛰어 노는 시간이 많아졌고, 뚤리로이의 형제들은 학교에 지각 또는 결석하는 일이 줄었으며, 부모는 일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 안정적으로 소득을 얻게 됐다. 뿐만 아니라 주민들은 식수위생교육과 우물의 설치 유지 보수를 함께하는 식수위생위원회 활동을 통해 이미 확보한 깨끗한 물이 오염되지 않도록 스스로 노력하는 마을의 변화도 생겼다. 이처럼 굿네이버스는 지난 한 해 동안 방글라데시를 포함한 22개국에 식수공급시설 809개, 식수정수시설 3,449개, 화장실 1,384개를 설치해 23만3,000여명에게 깨끗한 물을 제공했다.

지난 22일은 ‘세계 물의 날’이었다. 깨끗하고 안전한 물에 대한 접근은 인간의 건강과 생존에 필수적이며 기본적인 권리지만 여전히 전 세계 7억4,800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목숨을 담보로 오염된 물을 사용하고, 식수를 구하기 위해 교육, 경제활동 등을 포기하며 물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굿네이버스는 앞으로도 식수지원사업을 통해 세상을 위한 좋은 변화를 이어 갈 계획이다. 하지만 NGO의 노력만으로 지구촌 물 문제가 해결되기 어렵다.

많은 이들이 물 문제에 공감하고, 문제 해결에 동참해야 한다. 세계 물의 날을 맞아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깨끗한 물이 누군가에게 당연하지 않은 것임을 기억하고, 물로 인해 고통 받는 이웃들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김정석 굿네이버스 방글라데시 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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