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솔하게 용서를 구하고 자기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갖는 게 우선이다.”
이기흥 대한수영연맹 회장이 금지약물 양성반응으로 18개월 자격정지 징계를 받은 박태환(26)과 관련해 “국가대표 선발 규정을 지금 논의하는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며 이 같이 말했다.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국제수영연맹(FINA) 도핑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하고 25일 오전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이 회장은 “조만간 박태환 측과 상의해 박태환이 이번 일과 관련해 국민에게 직접 소상히 밝히고 용서를 구하는 자리를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태환은 인천 아시안게임 개막 직전인 지난해 9월 초 실시한 약물 검사에서 세계반도핑기구(WADA) 금지약물인 테스토스테론 성분이 검출돼 지난 23일 FINA 청문회에 참석했다. FINA는 박태환에게 18개월 자격정지 징계를 내려 내년 8월 열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출전할 길은 열어줬다.
하지만 대한체육회 국가대표 선발 규정에 따르면 박태환은 FINA 징계가 끝나도 이후 3년 동안은 태극마크를 달 수 없다. 일각에서 ‘이중 처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는 이유다. 이에 대해 대한체육회 부회장이기도 한 이기흥 회장은 “규정을 논하는 건 시기상 부적절하다”고 다시 한 번 강조한 뒤 “누가 봐도 박태환이 극복을 위해 노력한다는 모습을 보이면 자연스럽게 어떤 결정이 우리 사회에 부합되는지에 대한 논의의 분위기가 만들어질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박태환의) 철저한 자기 성찰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아울러 박태환이 내년 올림픽 출전에 대한 의지는 분명 갖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박태환이 올림픽에 참가해 성과를 내면 훼손된 이미지를 회복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서 “경기력에 대해 뭐라 말할 수 없겠지만 만약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게 되면 박태환은 일정 부분 성과를 낼 선수”라고 기대를 드러냈다.
이 회장은 또 앞으로 선수 자격이 정지된 박태환의 훈련을 비롯해 박태환의 인천 아시안게임 메달 박탈 징계에 따른 계영 출전 선수들의 메달 동반 박탈 문제 등 이번 도핑파문의 후속 대책을 체육회 등과 협의해 마련해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박태환은 청문회를 마치고 24일 오후 귀국했다. 그의 소속사인 팀GMP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도핑양성반응과 관련해 물의를 일으킨 점, 한결같이 응원해주신 국민 여러분을 실망시켜 드린 점에 대해 박태환 자신은 물론 소속사에서도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그간 FINA의 기밀유지조항을 지키기 위해 어떤 답변도 할 수 없었던 점에 대해 송구스럽고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진심을 다해 도와주신 수영연맹 관계자 분들께도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린다"고 인사했다.
함태수기자 hts7@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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