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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미중 경쟁시대의 전략

입력
2015.03.25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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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이 서로 패권경쟁을 하는 소위 ‘G2’시대가 도래한 것인가. 사실 세계무대에서 미국의 우위는 군사력과 경제력뿐만 아니라 외교와 문화와 가치의 소프트파워에서도 절대적이며, 그 우위는 장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그런데 동북아만 놓고 본다면 어떤가.

일부는 중국의 부상에 주목하면서도 중국식 권위주의체제의 불안정성과 전략무기의 열세를 들어 미중 시대가 허구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한미동맹을 중심으로 한 우리의 기존 외교안보 기조를 유지할 것을 주문한다. 다른 한편은 동북아에서는 이미 미중 시대가 시작되었고 패권경쟁의 그림자가 한반도에 짙게 드리우고 있다고 한다. 이런 추세가 지속될 뿐 아니라 갈수록 심화될 것이며, 따라서 우리의 외교안보 기조도 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의 외교안보 현실은 어떤가. 주변을 돌아보면 한국이 이미 미중 패권경쟁의 소용돌이에 빠졌다는 징후가 많다. 우선 논란이 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 문제와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인 사드(THAAD) 배치 문제가 대표적 사례다. 이를 두고 미국과 중국은 서로 성명전과 외교전에 나서고, 우리는 장고를 거듭하며 신중하게 대응 중이다. 만약 동북아에서 미중 간 패권경쟁이 없다면, 한국은 경제적 국익의 관점에서 AIIB에 적극 참가하고, 북핵 위협에 대한 방어망을 구축하기 위한 사드 배치를 손쉽게 결정했을 것이다.

미중 경쟁시대는 북한 문제의 대응도 복잡하게 만든다. 북한의 전통적인 군사적 위협에 더해 김정은 체제의 불확실성과 모험성이 증가하는 데다 핵 위협마저 갈수록 현실이 되고 있다. 우리는 이런 북한을 상대로 화해협력과 평화통일을 추진해야 한다. 그런데 중국의 부상은 대북 영향력 확대와 한반도 문제에서 중국의 발언권 강화로 나타났다. 우리의 대북정책에서 북중관계와 미중관계가 핵심 변수로 부각되고 있다. 동북아에서 미중 경쟁이 심화된다면, 북한과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한미중 협력은 기대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중국에 있어 북한의 전략적 가치가 증가하고, 중국의 한반도 개입 수준도 높아질 것이다.

최근 우리의 최대 외교현안 중 하나인 일본의 우경화와 한일 갈등도 사실 중국의 부상 및 미중 경쟁과 깊은 관계가 있다. 그 동안 일본은 침략전쟁을 사죄하고,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을 지지하며, 우리의 대북정책과 외교정책에서도 전적인 협조를 아끼지 않는 우방국이었다.

그러나 지금 일본은 미국과 중국 간, 그리고 중국과 일본 간 대결구도를 전제로 미일동맹을 강화하고 군비 증강과 군사적 역할 확대를 생존을 위한 국가 전략으로 추구한다. 강한 일본과 안보 중심의 국정운영 기조에 맞추어, 침략의 과거사를 부정하고 영토영해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는 등 일본사회의 우경화 추세가 심화되는 형국이다. 이런 일본의 안보 강화와 우경화 추세는 아베 총리의 재임 여부를 떠나 중국의 부상과 미중 경쟁시대가 지속되는 한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동북아의 미중 패권경쟁 시대와 이로 인한 안보의 복잡화 시대를 맞아 한국의 지속적인 안녕과 번영을 보장하기 위한 21세기 국제안보와 국가안보 전략은 무엇이 되어야 하나. 최근 국내 언론과 전문가그룹에서 전개되는 논쟁은 우리의 입장을 정립하는 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다.

건전한 국제안보 전략의 논쟁을 위해서는 친미와 친중의 이념적인 이분법에서 벗어나 국익 중심의 토론이 필요하다. 중장기적 국익과 평화와 통일과 번영의 기준에서 AIIB와 사드 문제를 접근해야 한다. 북한과 일본 문제도 마찬가지다. 친북과 반북, 그리고 친일과 반일이 아니라, 포괄적 국익과 국제안보 관점이 요구된다. 이런 제3의 시각으로 정부가 제안한 ‘동북아평화협력구상’은 미중 대결구도를 완화하는 대안으로 주목할 만하다. 친미와 친중을 같이 요구하며, 동북아의 대치 구도를 협력 구도로 바꾸는 것이기 때문이다.

전봉근 국립외교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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