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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으로 한국 읽기] 빗나간 중동 개그

입력
2015.03.25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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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청년이 텅텅 빌 정도로 한 번 해보세요. 다 어디 갔느냐고, 다 중동 갔다고.” 박근혜 대통령이 19일 청와대에서 연 제7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제2의 중동 붐은 경제 재도약을 위한 하늘의 메시지”라며 한 발언이다. 순방 직후 흥분이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취업난에 빠진 청년들을 독려하려는 취지에서 해본 우스갯소리였다고 한다. 하지만 사정을 좀 제대로 알고 듣는 이 마음도 헤아려 가며 농담도 해야 하는 법이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대한민국의 청년이 텅텅 빌 정도로 한 번 해보세요. 다 어디 갔느냐고, 다 중동 갔다고.” 박근혜 대통령이 19일 청와대에서 연 제7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제2의 중동 붐은 경제 재도약을 위한 하늘의 메시지”라며 한 발언이다. 순방 직후 흥분이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취업난에 빠진 청년들을 독려하려는 취지에서 해본 우스갯소리였다고 한다. 하지만 사정을 좀 제대로 알고 듣는 이 마음도 헤아려 가며 농담도 해야 하는 법이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또 빈축을 샀다. 단지 썰렁해서가 아니다. 중동 사정도 모르고 청년들 가슴만 훔판 탓이다.

“최근 박 대통령이 선보인 이른바 ‘중동 개그’는 그가 지닌 콘텐츠의 민낯을 보여준 상징적 사례다. “중동 국가들이 포스트오일 시대에 대비해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하늘의 메시지다. 대한민국 청년이 텅텅 빌 정도로 한번 해보라. 다 중동 갔다고.” (…) 놀라운 건 이른바 제2의 중동 붐을 우리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와 곧장 연결짓는 그 단순함과 용기다. 중동에 개발 바람이 부는 건 분명하나, 개발 방식은 과거와 질적으로 다르다. 단순히 발주를 받아 인프라 시설을 지어주는 데 방점을 찍는 게 아니라 금융과 아이티(IT) 등을 망라해 사업개발 자체를 떠안는 구조로 바뀌는 중이다. (…) 거칠게 말해, 더 많은 부가가치를 얻지만 더 적은 인력만 필요로 하는 건 물론이다. 더군다나 중동 국가들은 우리보다 베이비붐이 한 세대 정도 늦어서 이제야 청년 인구 폭증 시기를 맞고 있다. 이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게 중동 국가들의 시급한 과제다. 대한민국이 텅텅 빌 정도로 우리나라 청년들이 그곳에서 꿰찰 일자리는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는다. 대통령의 머릿속을 빼고는.”

-‘기ㆍ승ㆍ전ㆍ중동’의 허무함(한겨레 ‘아침 햇발’ㆍ최우성 논설위원) ☞ 전문 보기

“유머러스하게 한 말이 분위기를 썰렁하게 하는 경우가 있다. “대한민국의 청년이 텅텅 빌 정도로 한번 해보세요. 다 어디 갔냐고. 다 ‘중동 갔다’고”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도 그렇다. (…) 중동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흥분이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청년들 일자리를 걱정해서 한 말이었겠지만 중동 근무의 어려움에 대한 공감이 담겨 있는 것 같지 않아 듣기 거북했다. (…) 1970년대 건설근로자들은 가족과 떨어져 술 오락도 자유롭게 할 수 없는 중동에서 사막의 열기와 싸우며 돈을 벌었다. 그 시절 청와대에서 살았던 박 대통령이 ‘중동 가라’는 말을 할 때는 근로자 가족들의 마음으로 돌아가서 그 말이 의미하는 바를 한 번 정도는 생각해 봤어야 한다. (…) 즉흥적인 유머는 공감 능력의 소산이다. 전개되는 상황을 짧은 시간에 파악하고 미묘한 균열의 선을 파고들어가 웃음을 끌어내는 것이다. 효과적인 유머를 하고 싶다면 공감 능력부터 키우라고 말하고 싶다.”

-‘니가 가라, 중동’(동아일보 ‘횡설수설’ㆍ송평인 논설위원) ☞ 전문 보기

“개인적으로 청년들의 해외 진출을 지지한다. (…) 그럼에도 청년 중동 보내기엔 ‘울화통’ 쪽에 더 공감한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목전에 둔 지금 800달러대(1970년대)에 활용했던 ‘국가전략적 차원의 인력 송출’을 일자리 정책이라며 들이미는 발상도 황당하고, 신성장동력이 될 거라는 ‘제2의 중동붐’ 실체에도 고개가 갸웃해져서다. (…) 청년일자리는 전문 인력이 아닌 평범한 청년들의 일자리가 문제다. 그렇다면 중동 건설인력일 듯한데, 그건 대안이 되기 어렵다. 70년대엔 중동에 다녀오면 집도 사고, 논도 살 수 있었다. 한데 지금 몇 년 중동에 다녀온다고 한국에 집 못 산다. (…) 젊은이들을 중동보다 중소기업ㆍ산업단지에 가도록 매력적인 일터로 만드는 게 정부가 해야 할 일자리 대책으로 보인다. (…) 젊은이들에겐 그들의 삶의 방식과 문화가 있다. 직장은 그런 문화적 욕구에도 호응할 수 있어야 한다. (…) 공장을 오피스 환경으로 바꾸는 스마트 공장화를 서두르고, 기존 산단을 젊은이의 문화 욕구에 부응하도록 확 뜯어고치고, 대기업의 60% 수준인 중소기업 임금격차를 해소하는 등 국내에서 할 수 있는 일부터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 지금 청년일자리 문제는 유머도 안 통할 만큼 절박하다.”

-청년들은 중동에 다 가라고?(중앙일보 ‘양선희의 시시각각’ㆍ논설위원) ☞ 전문 보기

문제는 임금 불평등이다. 기여와 보상이 따로 논다. 분배 정의 실현이 청년 실업 해법이다.

“한국 사회는 성 안 사람과 성 밖 사람으로 나뉜다. 한번 성 밖에서 시작하면 성 안 진입은 불가능하다. 같은 능력으로 같은 기여를 해도 대기업 소속이냐 중소기업 소속이냐에 따라 임금이 현저하게 다르다. 시험 한번 잘 봐서 공무원이나 공기업 직원이 되면 안정된 임금과 연금까지 보장받는데, 정부 일을 위탁받아 수행하는 비영리기관이나 사회적기업 임직원은 현장을 누비며 고생해도 저임금과 불안정성에 시달린다. (…) 그래서 지금 문제는 불평등이다. 이중노동시장과 불평등한 보상체계를 바꾸는 일이 가장 먼저다. ‘성 안 사람’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지 않으면 진입이 불가능한 사회구조를 바꿔야 한다. 평등을 ‘똑같은 삶’이 아니라 ‘공평한 삶’으로 해석한다면, 지금 청년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평등 지향적인 세대일 수밖에 없다. 70% 이상이 대학에 진학하고, 대부분 청년기 이전에 도시 생활을 경험하며, 인터넷과 스마트폰 보급으로 누구나 원하는 지식을 찾을 수 있는 세대다. (…) 기여하는 이들은 보상을 받아야 하고, 가진 지위 때문에 기여와 상관없이 더 큰 보상을 받는 구조가 있다면 깨어져야 한다. (…) 불공평한 임금 격차를 줄이는 일은 중요한 첫걸음이다.”

-문제는 불평등이다(한겨레 ‘세상 읽기’ㆍ이원재 희망제작소 소장) ☞ 전문 보기

“성장률도 다른 나라보다 훨씬 높고, 제조업 공동화가 발생한 것도 아닌데도 불평등이 악화되고, 저임금 노동자가 늘어나며, 고용 불안이 심화된 것은 산업구조 때문이 아니라 분배체계 자체가 크게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 2003년 이후 10년 동안 경제는 46% 성장했지만, 실질임금은 경제성장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21% 증가에 그쳤다. (…) 절대 다수의 국민들은 임금으로 삶을 꾸려간다. 그런데 경제가 성장해도 그 성과가 임금으로 분배되지 않으니 상대적 빈곤과 박탈감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 중소기업의 평균임금은 대기업의 62%고, 100대 기업의 47%에 불과하다. (…) 이렇게 임금체계가 왜곡된 구조에서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80%의 국민들이 경제성장과 무관한 2등 시민이 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성장의 과실을 20% 미만의 1등 시민들만이 누리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가 성장하고 대기업이 잘되면 중소기업, 중산층, 서민이 함께 잘살게 될 것이라는 약속은 그저 거짓일 뿐이다. (…) 불평등을 해소하고 2등 시민과 1등 시민으로 양분화된 국민을 통합하기 위해서는 원천적인 분배, 즉 임금 불평등을 바로잡아야 한다.”

-재분배보다 분배를 먼저 개혁해야 한다(3월 19일자 중앙일보 기명 칼럼ㆍ장하성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 전문 보기

* ‘칼럼으로 한국 읽기’ 전편(全篇)은 한국일보닷컴 ‘이슈/기획’ 코너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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