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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볕 아래 고릴라 라이딩

입력
2015.03.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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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타는 고릴라, 그 실체는?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2015.3.22
자전거 타는 고릴라, 그 실체는?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2015.3.22

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지면...

한강변을 '쌩쌩'. 서울 용산구 이촌동 2015.3.22
한강변을 '쌩쌩'. 서울 용산구 이촌동 2015.3.22
공놀이 흉내. 서울 용산구 이촌동 2015.3.22
공놀이 흉내. 서울 용산구 이촌동 2015.3.22

'그림자 연극'이 시작된다

자전거가 줄지어 한강변을 달린다. 도로 위를 스치며 그림자도 쉴새 없이 페달을 밟는다. 자전거가 그림자를 따라 달리는 듯한 착각이 재미있다. 한강시민공원 한 쪽에선 모처럼 가벼운 차림으로 나선 젊은이들이 공을 차고 있다. 빼앗긴 모습을 되찾으려는 피터팬의 발 끝 마냥 그림자는 떠날 듯 말 듯 이어지며 신나게 공놀이를 흉내 낸다. 병장기를 챙겨 든 조선 군사들의 자취는 연극의 한 장면을 그대로 옮겨 놓았고, 산책 나온 강아지는 발 맞춰 쫓아 오는 닮은 꼴 친구가 마냥 반갑다.

그림자 산책.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2015.3.22
그림자 산책.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2015.3.22
장난감 병정. 서울 중구 정동 2015.3.12
장난감 병정. 서울 중구 정동 2015.3.12

봄 따라 온 봄 그림자를 미행해 봤다. 도로 위나 광장, 담벼락을 스크린 삼아 펼쳐진 봄볕의 향연이 볼 만하다. 따가울 정도로 눈이 부시는 햇살만큼 투영되는 그림자는 더욱 선명해 진다. 윤곽 속에 숨은 알 수 없는 표정들은 한바탕 그림자 쇼, 제대로 즐기려면 어느 정도의 상상력은 필수다. 그림자에 집중해 보니 시간에 따라 짧아지기도 하고 우스꽝스럽게 늘어나기도 하는 요술 같은 변신술도 새삼 흥미로워 보인다.

간혹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그림자 연극이 일상에서 펼쳐지기도 한다. 그 속에서는 그림자가 현실이 되고 진짜는 가짜 취급을 받는다.

해질 무렵 광장 한 쪽에서 고릴라가 자전거를 탄다. 고릴라의 실체가 누구든 의미를 찾을 필요는 없다. 오늘 태양이 준비한 서커스는 여기까지니까.

박서강기자 pindropper@hk.co.kr

류효진기자 jsknight@hk.co.kr

꿀벌의 여행. 경기 성남시 분당구 금곡동 2015.3.21
꿀벌의 여행. 경기 성남시 분당구 금곡동 2015.3.21
창공을 봄. 경기 고양시 2015.3.4
창공을 봄. 경기 고양시 20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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