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자율 납부 사항" 분통
중앙대에 다니는 김모(26)씨는 이달 초 한국장학재단에 학자금 대출을 신청하다가 분통이 터졌다.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신청 과정에서 김씨는 등록금(약 340만원)만 빌리기로 하고 선택경비인 학생회비(9,500원)는 택하지 않았다. 그러자 ‘대출금 입금처리가 실패했다’는 안내 메시지가 화면에 등장했다. 몇 번을 시도해도 변화가 없어 장학재단 측에 상황을 설명했지만 “대학에 물어보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대학 관계자는 “학생회비 항목을 선택해야 대출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등록이 발등의 불이었던 김씨는 울며 겨자 먹기로 원치 않는 학생회비를 함께 빌릴 수밖에 없었다.
목포과학대 재학생 이모(24)씨도 최근 같은 경험을 했다. 학생회비 4만원을 선택하지 않아 장학재단 대출이 거부된 것이다. 이씨는 24일 “대학 담당자가 학생회비 납부가 의무사항인 것처럼 말하니 약자인 학생은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푸념했다.
대학생들이 한국장학재단에서 학자금을 빌릴 때 학생회비를 함께 신청하지 않으면 대출 자체가 거부되는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 2009년 설립된 장학재단은 시중은행보다 훨씬 싼 이자로 등록금을 빌려 줘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는 생명줄 같은 기관이다. 하지만 일부 대학이 소액이긴 해도 대출 조건에 학생회비 납부를 끼워 넣어 학생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학생회비는 학생들의 각종 학내 행사와 복지사업 등에 쓰이는 돈. 대부분 대학이 학기 초 등록금 고지서에 일정액을 명시하지만 반드시 납부하지 않아도 등록은 가능하다. 이처럼 자율 납부 사항인 학생회비를 대출금 처리 과정에서 반강제로 떠 안기겠다는 발상 자체가 무리라는 지적이다. 이씨는 “최근 우리 대학 단과대 회장이 학생회비를 개인 카드값 지불에 사용하는 등 회비 횡령 사건이 빈발하는데 이렇게까지 반강제로 걷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분을 삭이지 못했다.
장학재단 측은 대출금에 학생회비 끼워 넣기는 자신들과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장학재단 대출금은 각 대학이 설정한 총액을 코드값으로 입력해 정하기 때문이다. 가령 A대학이 등록금 300만원, 학생회비 1만원을 합쳐 301만원을 대출금으로 설정하면 학생은 장학재단에 301만원을 입력해야 돈이 입금되는 구조다. 반대로 대학 측이 학생회비를 뺀 금액을 코드값으로 입력하면 등록금만 신청해도 대출은 완료될 수 있다. 장학재단 관계자는 “학생회비는 학자금 대출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며 “각 대학 내부 사정에 따라 정한 금액을 재단이 관여할 방법은 없다”고 설명했다.
대학들은 절차상 문제일 뿐 의도적인 끼워 넣기는 아니라고 한 발 빼고 있다. 중앙대 관계자는 “학자금 대출 신청 전 대학 학생정보시스템에 학생회비 납부 의사를 미리 밝히지 않으면 자동으로 학생회비까지 대출 신청이 된다”며 “의도적인 끼워 넣기는 아니고 다음 학기부터 시스템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목포과학대 관계자는 “어떻게 된 일인지 장학재단과 협의해 조사를 하고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장재진기자 blan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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