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은 사외이사 재선임한 22개 기업 중 14곳이
최대주주 지분 35% 넘어… 경영진 감시 독립성 훼손
최대주주가 지분을 많이 가지고 있을수록 사외이사의 재직연수가 크게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대주주와 경영진을 효과적으로 견제하고 감시해야 할 사외이사의 독립성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신규 사외이사 4명 중 1명의 경력이 사법기관, 청와대, 고위 관료 등 특정 권력기관에 집중되는 고질적인 병폐도 여전했다.
24일 대신경제연구소가 주요 상장업체 400곳의 올해 주주총회 주요 의안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재직년수가 10년이 넘는 사외이사를 재선임하는 의안을 제출한 기업이 22곳에 달했다. 특히 이중 63%(14곳)는 최대주주 지분율이 안정적인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35% 이상인 것으로 조사됐다.
사외이사 재직연수가 최장 18년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는 최대주주의 지분비율이 무려 74.3%에 달했고, 사외이사들이 13~15년 장기 집권하고 있는 한라비스테온공조 역시 최대주주 지분비율이 70%에 달했다. ▦세아베스틸(사외이사 재직 최장 16년) 65.9% ▦일신방직(13년) 50.9% ▦E1(16년) 45.3% 등도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연구소는 “사외이사의 장기간 재직이 현 경영권을 적절히 견제해야 하는 사외이사 본연의 기능에 맞는지 면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사나 감사 후보들의 정보 공개가 부족한 점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주주총회 소집결의 공시와 소집공고 공시 상에는 후보들의 단순 약력만 서술하고 있어, 후보자의 적합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연구소는 “자세한 후보자의 이력에 대한 공시와 법령 및 모범규준이 정한 기준 충족 여부 등도 공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외이사의 1인당 평균 보수는 지급액 상위 10개사(8,700만~2억원)가 업종 평균보다 2배 이상 많았다. 반면 이들 상위 10개사의 사외이사 활동은 해당 업종의 평균 안건심의 건수에 비해 적은 수준이었다는 게 연구소의 분석이다. 특히 보수지급액 상위 10개사와 하위 10개사(400만~1,500만원)의 격차는 20배 가량 벌어져 사외이사 내에서도 보수의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뚜렷했다. “대형 기업의 사외이사는 고위 관료, 판검사, 감독기관 출신이 많아 보수지급이 상대적으로 컸기 때문”이라는 게 연구소의 판단이다.
지난해 신규 선임된 사외이사들 역시 특정 권력기관 출신들이 많았다. 검찰 법원 및 법무법인 출신 비중이 15.5%로 가장 높았고, 장관 또는 차관 출신(7.7%)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감독기관 출신(7.7%) 청와대 및 공공기관장(3.9%)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주주의 적극적인 경영 참여와 감시를 강화하기 위해 도입된 주주제안 제도 활용에는 소극적이었다. 올해 주주총회를 결의한 기업 1,728개사 중 주주제안을 주요 안건으로 상정한 기업은 25개로, 전체의 1.4%에 불과했다. 이 중 원안대로 승인된 경우는 20일 기준으로 단 1건뿐이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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