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렛팩커드의 창업자 빌 휴렛과 데이비드 팩커드는 차고(Garage)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실리콘밸리의 출발을 알리는 첫 신호탄이었다. 캘리포니아주 정부는 이 차고를 유적지로 지정하고 실리콘밸리 탄생지라고 명명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도 차고에서 창업했다. 구글 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도 차고에서 시작했고, 어도비도 역시 차고에서 탄생했다. 미국의 첨단기술 연구단지인 실리콘밸리의 창조 정신과 기업가 정신은 이처럼 차고에서 출발한 것이다.
멀리 미국까지 갈 필요 없이 가까운 중국을 보자. 중국판 실리콘밸리로 알려진 중관춘(中關村)에는 신에너지, 바이오, ICT 등 하이테크 분야의 기업들이 밀집해 있다. 연간 6,000개의 기업이 새로 태어나는 곳이며, 바이두나 샤오미 같은 기업도 여기에서 시작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예비 창업자와 투자자들이 모여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기술협력을 상의하는 차고 카페를 중심으로 형성된 창업거리에는 창업 열기가 가득하다.
차고 문화는 한국 산업에도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차고는 어디에 있는가. 바로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창업과 혁신의 공간으로서 차고의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센터는 2014년부터 대전과 대구를 시작으로 올해까지 순차적으로 17개 시도에 설치된다. 각 센터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과 매칭되어 지역 창조경제를 견인할 예정이고, 이들의 합이 국가 창조경제의 완성으로 나타날 것이다. 센터의 설립 취지와 여러 기능들이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한국판 실리콘밸리를 구체화하는 초석이 되어야 한다.
실리콘밸리는 창조와 혁신의 가치를 좇아 인재들이 모여들고 창업을 하면서 만들어졌다. 창업경제의 시작은 아이디어다. 한국이 추격형에서 벗어나 선도형으로 체질 변환을 하기 위해서는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아이디어를 창업으로 연결시키고 창업을 통한 성공과 실패의 경험을 축적하면서 창업 생태계 조성을 지원하는 차고여야 한다.
한국의 창업은 혁신형 창업 비중이 높은 선진국과 달리 생계형 창업 중심이다. 혁신형 창업은 첨단기술과 지식을 활용하여 산업을 선도하는 형태이고, 생계형 창업은 생계유지를 위한 다른 대안이 없어서 창업을 하는 형태이다. 혁신형 창업은 생계형 창업에 비해 3배 이상의 고용창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혁신형 창업의 허브로서 지역밀착형 창업 밸리를 만드는 역할이 가능하다.
2013년 전국학생창업네트워크 백서에 따르면 대학생의 92%가 창업을 생각해 본적이 없거나 실패할 가능성이 큰 무모한 도전이라고 응답했다. 창업 이후 3년을 버티기가 어려운 것이 국내 창업의 현실이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청년들에게 도전 정신을 불어넣어 두려움을 자신감으로 바꿔줌으로써 청년들의 시선을 취업에서 창업으로 돌려 혁신형 창업이 지역 내에서 활성화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창업 정보의 제공과 공유뿐만 아니라 기업가 정신을 교육하는 장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이를 통해 창업 문화를 확산해야 한다.
다만 이미 지역에는 창업을 지원하고 보육하는 여러 기관들이 있다.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조기에 안착하여 제 역할을 다 하기 위해서는 중복 기능을 피하고 실효성 있는 협의를 바탕으로 지역 내 다수 유관기관과 상생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창조 경제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일자리 창출이다. 정부는 고용률 70%를 목표로 세웠다. 대기업과 창조경제혁신센터 간 일대일 연계를 통한 적극적인 창업 지원을 한다면 경제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어 고용률 제고에 일조함은 물론 지역산업 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다. 산업경제와 지식경제에 이어 창조경제로 변화를 모색하는 지금 새삼 창업 열기를 기대해본다.
한경록 광주발전연구원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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