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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동 주부들 문화해설사로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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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동 주부들 문화해설사로 떴다

입력
2015.03.24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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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협동조합 '성아들' 60여명

간송미술관·심우장 유래 등

교육 수료 후 역사지킴이로 나서

마을기업 협동조합 '성북동 아름다운 사람들'의 아줌마 해설사가 지난 21일 서울 성북구 성북동 심우장에서 투어에 나선 학생들에게 만해 한용운 선생이 말년을 보낸 심우장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성북동 아름다운 사람들 제공
마을기업 협동조합 '성북동 아름다운 사람들'의 아줌마 해설사가 지난 21일 서울 성북구 성북동 심우장에서 투어에 나선 학생들에게 만해 한용운 선생이 말년을 보낸 심우장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성북동 아름다운 사람들 제공

“보통 한옥을 지을 때 따뜻한 남쪽을 향해 짓는데 여기는 북쪽을 보고 있어요. 그래서 이 집은 항상 추워요. 지금도 다른 곳보다 춥죠? 왜 이렇게 지었을까요?”

서울시 성북구 성북동 심우장(尋牛莊) 앞에서 한 중년의 아주머니가 십 수명의 초등학생들에게 건물에 얽힌 이야기를 설명하고 있다. 아이들은 만해 한용운 선생이 말년을 보낸 집안 곳곳을 둘러보며 아주머니의 설명을 열심히 수첩에 적었다.

심우장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아이들에게 재미나게 설명을 하고 있는 성북동 해설사 한미숙(57)씨는 얼마 전까지는 평범한 주부였다. 30여년 동안 성북동에 살며 전업 주부로 살던 그가 동네 역사문화 해설사로 활동한 건 2년 전부터다. 한씨는 “성북동에 있는 심우장이나 간송미술관 등에 대해 자세한 내용을 궁금해하던 차에 ‘성북동 아름다운 사람들’(이하 성아들)이라는 마을기업 협동조합에서 동네 역사문화 해설사를 양성한다는 소식에 한달음에 달려갔다”고 했다. 그는 2개월 넘게 전문가들로부터 교육을 받아 어엿한 성북동 해설사가 될 수 있었다.

성아들은 제품을 생산ㆍ판매해 수익을 올리는 일반적인 마을기업과는 달리 관광객들과 학생들에게 동네 역사문화에 대해 설명을 해주는 성북동 역사문화 지킴이 협동조합이다. 출발부터 유별나다. 성북초등학교 녹색어머니회 회원 등이 지역 봉사활동을 하다가 조합 탄생을 구상하게 됐다. 그러다 보니 조합원 대부분이 전업 주부들이다. 이들은 성북동이 한양도성과 심우장, 길상사, 간송미술관, 최순우 옛집, 성락원 등 풍부한 역사 문화자원을 가지고 있지만 동네 주민들마저 이 문화자원에 대해 잘 알고 있지 못하는 것에 안타까움을 갖고 마을기업 만들기 공모를 통해 협동조합을 탄생시켰다. 처음엔 봉사활동을 하던 주부 20여명이 시작했지만 이제는 60여명의 대식구가 됐다. 2013년에는 서울시 인증 마을기업 선정에 이어 지난해는 안행부(현 행자부) 인증 마을기업으로도 선정됐다.

해설사 양성 교육을 동네 아줌마들끼리 그냥 적당히 공부하는 수준으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각 문화자원마다 전문 강사를 초빙해 1주일에 3일씩 두 달여 전문가 양성 교육을 받고, 앞서 해설사가 된 조합원들로부터 현장 실무까지 전수받는다. 6시간 넘게 걸리는 한양도성과 성북동 역사문화 투어 코스 해설에도 막힘이 없기 위해선 끊임없는 공부와 연습이 필요하다.

성아들은 기존 문화자원 외에 새로운 지역 문화자원도 직접 발굴하고 있다. 최근에는 명성황후 외가와 오세창 선생의 생가 터가 성북동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정확한 위치 파악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성북동에 있는 세계 각국 대사관저를 투어에 활용하는 방안도 계획 중이다.

성아들의 주 수입은 해설료다. 성인 기준 반나절에 1만원, 한나절은 2만원 정도. 성아들은 요즘 해설사 활동과 아이들 보육을 결합해 수익을 늘리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보육을 하며 그 아이들에게 지역 역사와 문화를 교육시켜 성북동의 아이들뿐만 아니라 역사문화까지 지키겠다는 것이다.

김순희 성아들 이사장은 “화려한 음식점과 카페들이 늘어나는 것을 보면서 외형적인 발전과 변화가 과연 성북동 주민들의 발전인지 의문을 갖다 역사문화를 자산으로 마을 주민이 함께 상생하기 위해 협동조합을 만들게 됐다”며 “아직은 시작 단계지만 새로운 도전을 통해 진정한 성북동 지킴이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중기자 k2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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