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자매를 14년간 성폭행, 큰 딸은 지난해 5월 자살
친딸 자매를 14년 동안 성폭행한 인면수심의 아버지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성폭력수사대는 친딸을 상습 성추행, 성폭행한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로 김모(54)씨를 구속했다고 24일 밝혔다. 김씨는 1994년 “병원 놀이”라며 당시 네 살이던 첫째 딸 A씨의 몸을 더듬는 등 지속적으로 성추행과 성폭행을 일삼은 혐의다. 2001년부터는 당시 10세였던 둘째 딸 B씨에게도 3년 동안 성추행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범행을 저지르며 두 딸에게 “고아원에 보내버리겠다. 반항하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했으며 2006년 이혼을 한 후에도 두 딸을 찾아가 범행을 이어갔던 것으로 조사됐다.
지속적인 성폭행을 당하던 A씨는 2010년 성년이 돼서야 아버지의 파렴치한 범행을 어머니에게 털어놨다. 처음 성추행을 당했을 때 친할머니에게도 말했지만, 할머니는 “다른 사람에게 알리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을러댔다. “반항하면 동생을 가만히 두지 않겠다”는 아버지의 협박도 A씨가 침묵할 수밖에 없던 이유였다.
A씨는 2013년 평소 즐겨 듣던 라디오 프로그램에 사연을 올려 성폭행 당한 사실을 고백했다. A씨는 사연 글에 “나는 왜 죽지 않는 걸까. 이만큼 버텼는데 하느님은 왜 날 데려가지 않는 걸까”라고 적었다. 또 “삶의 무게에 당당한 내가 되고 싶다. (성폭행을 당했어도) 절대 자책하지 말라”며 새로운 삶의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하지만 A씨는 방송이 나간 지 1년만인 지난해 5월 심리적인 고통을 이겨내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년 넘게 드러나지 않았던 김씨의 범죄는 둘째 딸 B씨가 자살을 시도하면서 알려졌다. 언니의 죽음 이후 우울증이 심해진 B씨가 지난 2월 한남대교에서 투신 자살을 시도하다 경찰에 구조가 됐고, 조사를 받던 중 성폭행 당한 사실을 경찰에 털어놓은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성범죄 인식에 대한 사회적 경종을 울리는 사건으로 피해 여성과 어머니가 ‘자신들과 같은 피해자가 다시 있어서는 안 되겠기에 세상에 알려달라’는 부탁을 해오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B씨 모녀에 대해 심리치료를 지원하는 한편 범죄피해자 지원센터 등으로 구성된 솔루션팀 회의를 통해 실질적인 지원활동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준호기자 junho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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