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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까지 불렀던 양육비, 정부가 대신 받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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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까지 불렀던 양육비, 정부가 대신 받아 준다

입력
2015.03.24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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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부모 가정 83% "한 번도 못 받아"

생계비 없어 자녀 키우기 힘들지만

배우자가 버티면 받아 낼 방법 없어

상담·소송·이행 모니터링 등 무료로

소송 기간 중엔 양육비 선지원까지

남편과 이혼 후 혼자 두 자녀를 키우던 김모(44)씨는 이달 13일 경북 예천군에 사는 시어머니를 살해했다. 범행 이유는 양육비 때문이었다. 2010년 합의 이혼 당시 남편은 월 80만원씩 양육비를 주기로 했지만 한번도 주지 않았다. 김씨는 정부에서 받는 생계비 월 70만원만으로 두 아이를 키울 수 없어 시어머니에게도 양육비를 요구했으나 번번히 거절당하자 범행을 저지른 것이다.

이처럼 양육비 분담을 둘러싼 갈등이 극단적인 범죄로까지 이어지는 것은 헤어진 배우자가 양육비를 주지 않고 버텨도 사실상 받아낼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소송을 할 수 있지만 비용이 500여 만원에 이르고, 소송에 이겨도 전 배우자가 양육비를 주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여성가족부의 ‘한부모 가족 실태조사’(2012년)에 따르면 한부모 가정의 83%가 단 한 차례도 양육비를 받은 적이 없고, 정기적으로 받은 경우는 5.6%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양육비 청구소송을 한 경우는 4.6%뿐이었고, 법원이 양육비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는데도 실제로 받은 경우는 22.6%에 그쳤다. 전국 57만 가구로 추정되는 미성년 자녀가 있는 한 부모 가족의 현실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한부모 가정을 대상으로 양육비 상담부터 합의, 소송, 채권추심, 이행 모니터링까지 전과정을 무료로 지원하기로 했다. 여성가족부는 한부모 가정이 비양육 상대로부터 양육비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정부 산하 기구인 양육비 이행관리원이 25일 출범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앞으로 만 19세 미만 자녀를 양육하고 있지만 양육비를 못 받는 한부모나 조손 가족은 양육비 이행지원을 신청할 수 있다. 학교에 다니는 22세 미만(군복무 기간 연장 가능) 자녀가 있는 경우에도 자녀가 미성년일 때 받지 못했던 양육비에 대해 지원을 신청할 수 있다. 이혼한 전 배우자뿐 아니라 결혼하지 않은 ‘생물학적’ 부모에 대해서도 양육비 이행 지원을 신청할 수 있는데, 이 경우 친자 확인 과정을 거쳐야 한다.

자녀 양육자가 신청하면 양육비 이행관리원은 비양육자와 합의를 주선하고, 합의가 안 되면 비양육자 소득조사 후 양육비 청구소송을 진행하게 된다. 재판에서 지급 결정을 받았는데도 비양육자가 주지 않으면 다시 양육비 이행확보 소송을 하고, 강제집행과 채권 추심을 통해 과거 양육비와 앞으로의 양육비까지 받도록 해준다. 동시에 신용정보회사에 비양육자의 양육비 채무 정보를 제공해 신용등급에 영향을 주고, 연말정산 환급금 등도 압류할 방침이다.

양육비 이행관리원은 당장 생활비가 필요한데 양육비 소송에 시간이 걸려 어려움을 겪는 한 부모 가정도 지원할 예정이다. 저소득 한부모 가정(최저생계비 130% 이하)에 최대 9개월 동안 자녀 1인당 20만원의 양육비를 선지원하고, 채무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하게 된다.

우리나라가 양육비 문제를 당사자에게만 맡겨둔 것과 달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대부분은 정부가 양육비 전담기구를 설치, 운영해왔다. 미국 호주 영국 뉴질랜드 등은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으면 전담기관이 대신 징수하는 것은 물론, 양육비 미지급자의 운전면허 취소, 여권발급을 불허 등의 강력한 제재를 가하고 있다.

양육비 이행관리원은 변호사 20명, 법무사 2명, 채권추심 경력자, 전문상담원 등 57명으로 구성됐고, 서울가정법원 판사 출신의 이선희 변호사가 원장에 선임됐다. 양육비 상담 대표전화 1644-6621, 방문상담 예약 (02)3479-5529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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