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北만 관용하지 못하는지 고민을"
염추기경 "종교인은 정부와 달라야"
한반도 평화를 주제로 세 종교 지도자가 머리를 맞댔다. DJ정부 대통령 통일 고문을 지낸 박종화 경동교회 담임목사, 평화재단 등을 통해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호소해 온 법륜 스님, 천주교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초대 위원장으로 1998년 한국 주교로 처음 평양을 공식 방문한 최창무 대주교 등이다. 내로라하는 남북관계 전문가들인 이들은 “남북 모두 한계에 부닥친 현실에서 통일이 해법이 될 것”이라며 “조건 없는 남북 협력에 종교인이 앞장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종교 지도자들은 24일 오후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분단 70년, 한반도 평화와 종교의 소명’을 주제로 열린 평화나눔연구소 개소기념 평화토크에서 만났다. 서울대교구 산하 평화나눔연구소는 지난해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우리 사회에 전한 평화의 메시지와 평화를 강조하는 성서의 가르침을 실천하겠다는 취지로 이날 문을 열었다. “남북이 서로 용서해야 한다”고 강조한 교황의 뜻을 이어 성서와 교회의 사회교리에서 힘줘 가르치는 평화를 연구하고, 교회의 역할을 모색할 계획이다.
현재의 남북관계에 대해 박 목사는 “분단이 외세에 의한 것이었던 만큼 외세가 통일에 순기능을 해 줄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로선 긍정적 신호가 보이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법륜 스님은 “북한은 체제 붕괴 위험에 놓여있고 남한은 성장의 한계 노출하는데 유일한 해법인 통일에 대해선 주변 강대국의 하위변수가 돼 엉거주춤한 모습”이라고 우려했다, 최창무 대주교는 “오늘날까지 우리는 원한관계만을 유산으로 간직하고 지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법륜스님은 “여러 갈등의 근저에 자리한 분단의 갈등”을 지적하며 “우리에게 엄청난 피해를 입힌 일본과도 20년 만에 국교정상화를 하고, 전쟁에 100만 군대를 보낸 중국과도 수교를 했는데 왜 유독 북한만 관용하지 못하는지 고민해 미래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논의의 핵심은 종교인의 소명에 대한 고민이었다. 최 대주교는 “대화와 협력을 위해 종교 단체가 함께 나서야 한다”며 “전쟁터에서처럼 증오만 증식시키는 것은 민족뿐 아닌 인류에 대한 배신 행위”라고 했다. 박 목사는“유엔의 북한인권조사에 대해 종교계가 받아 인권선언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법륜 스님은 “종교인은 보통사람보다 사랑하지 못할 망정 미워하지 말아야 하는데‘저거 때려 죽여라’하고 앞장 서서 데모하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며 “북한이든 누구든 그런 일에 앞장서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스님은 또 “서로가 상대에게 용서하라고 하니, 종교인들이 대신 십자가를 짊어지듯이 대신 참회하는 운동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종교적 가르침은 징벌이 아니라 화해와 협력”이라고 말했다.
세 사람 모두 정부 태도를 비판하며 인도적 지원을 특히 강조했다. 법륜 스님은 “기아로 인한 북한 주민 사망자 수가 한국전쟁 사망자 수를 넘어가고 있는 조용한 전쟁 상태 해결을 위해 종교인들이 조건 없는 협력에 앞장서야 한다.”고 했다. 최 대주교 역시 “우물로 걸어가는 어린애는 무조건 덥석 안아주는 것이 인간”이라며 “인간의 도리를 하며 당장의 결과가 없더라도 바오로 사도 말씀대로 기다려야 한다”고 동의했다.
염수정 추기경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남북이 평화롭게 공존하기 어려운 것은 전쟁의 상처가 많은 이의 뇌리에 뚜렷이 남아있어 상대방의 잘못을 용서하는데 인색하기 때문일지 모른다”며 “용서와 화해의 힘을 믿는 종교인의 자세는 정부의 조심스러운 태도와는 달라야 한다”고 했다.
또 “어떤 이유에서든 폭력이 사용되지 않도록 늘 깨어있어야 하며 생명을 중시하는 의식이 확산되고 남북 연대의식이 확대될 수 있도록 종교인이 앞장서고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필요하면 국제 종교계와 연대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최근 쿠바와 미국 국교정상화에 교황청이 메신저 역할을 했다는 소식에서 희망을 봤다”고 덧붙였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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