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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고공행진에… 황제주들 "액면분할 고민되네"

입력
2015.03.24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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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 액면분할 공시 이후

주가 14.65%나 오르며 불 지펴

환산주가 1~10위도 저액면 기업

"단기 주가부양 효과 있지만 기업 가치나 실적엔 영향 없어"

삼성전자·롯데제과 등은 꺼려

증시가 활기를 띠면서 주당 100만원을 넘는 황제주들의 액면분할 필요성 논란이 다시 거세지고 있다. 최근 국내 최고가주인 아모레퍼시픽이 전격적으로 액면분할을 선택한 것이 불을 지피는 모습. 액면가를 낮춰 거래를 활성화해 주가를 부양하는 게 이득일지 아니면 높은 투자장벽을 유지해 안정적으로 회사를 경영하는 게 유리한지 기업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24일 현재 유가증권시장에서 최고가주인 아모레퍼시픽은 전일보다 12만8,000원(4.06%) 오른 327만9,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3일 주당 액면가를 5,000원에서 500원으로 10분의1 줄이는 액면분할을 하겠다고 공시한 이후 이날까지 주가는 무려 14.65%나 올랐다. 액면분할을 하면 해당기업의 가치에는 영향이 없지만 주가가 낮아지고 주식 수가 늘어난다. 개인투자자들의 투자문턱이 낮아지면서 주식거래가 활발해질 것이라는 기대감에 대부분의 기업 주가는 액면분할 공시 이후 변경 상장 전까지 상승한다. IBK투자증권이 2009년 이후 현재까지 액면분할을 실시한 108개 기업(코스피 72개, 코스닥 36개)의 주가를 분석한 결과 액면분할 공시 후 변경 상장 전까지 코스피 상장 기업의 주가는 평균 5.4% 올랐고, 코스닥 상장 기업은 평균 19.2% 올랐다.

올해 들어 저금리 여파 등으로 증시로 여유자금이 흘러 들어오면서 초고가주에 대한 액면분할 요구는 더 높아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액면분할을 결정한 곳은 아모레퍼시픽과 아모레G 외에도 백광소재, 한국특수형강, 포스코켐텍, 디비케이, 국일제지 등 총 12곳에 달한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올해 주주총회에서는 액면분할을 안건으로 올린 기업들이 꽤 됐다”라며 “과거에는 주가가 높은 기업이 기업가치도 높다는 인식이 깔려 있었지만 최근에는 액면분할로 거래를 늘려 주가를 부양하자는 주주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기업들이 많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거래소가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5,000원으로 액면가를 환산해 주가를 산출한 결과(24일 기준) 1~10위가 제일모직, 네이버, SK C&C 등 아모레퍼시픽을 제외하고 모두 액면가가 100~500원인 저액면 기업들이었다. 이 관계자는 “주가가 높다고 기업가치가 높은 게 아니라 실제 기업가치와 주가가 다르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환산주가로 따지면 제일모직이 주당 750만원으로 가장 비싼 주식이고, 코스피 대장주인 삼성전자는 환산주가 순위 14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정작 삼성전자나 롯데제과 등 대형주들은 액면분할에 여전히 회의적인 반응이다. 안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액면분할로 주가가 단기부양 효과는 있지만 해당 기업가치나 실적 등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라며 “대형주들은 기관이나 외국인들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데 개인투자자를 위해 굳이 액면분할에 나설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또 대형주보다는 오히려 거래가 부진한 우량 중소형주들의 액면분할이 더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대형주들이 6월 한국판 다우지수(KTOP 30) 종목 선정을 앞두고 지수편입을 위해 액면분할에 나설 가능성도 없진 않다. 업종별 대표주들의 주가 수준을 알려주는 이 지수는 편입종목 주가를 평균해 산출하기 때문에 초고가주는 편입되기 어렵다. 김경훈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KTOP30이 국내 대표 지수로 정착될 경우 고가주의 액면분할 효과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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