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자위대를 "우리 군" 언급 논란
아베 신조(安倍晉三) 일본 총리가 오는 8월 발표할 ‘전후 70년 담화’의 내용을 논의하는 자문기구인 ‘21세기 구상 간담회’참가자들이 일본의 과거 행위를 ‘침략’으로 표현할지를 두고 격론을 벌인 것으로 밝혀졌다.
마이니찌(每日)신문 등 일본 언론은 24일 ‘간담회가 지난 13일 열렸지만 침략의 정의를 놓고 찬반이 엇갈리면서 담화에 이를 담을 것인가에 대한 결론은 뒤로 미뤄졌다’고 보도했다. 이날 간담회에선 좌장대리인 기타오카 신이치(北岡伸一) 국제대 학장이 모두발언을 통해 “일본은 무모한 전쟁으로 아시아를 중심으로 많은 희생자를 냈다”며 “일본이 아시아의 해방을 위해 싸웠다는 것은 틀렸다”고 운을 뗐다. 그는 또 “1930년대 이후 일본의 정부, 군 지도자들의 책임은 참으로 무겁다”면서 ‘침략’문구를 계승할 것을 아베 총리에게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다른 위원은 “당시의 상식으로 보나 국제법으로 보나 침략이 아닐 수 없다”며 “침략이란 말을 쓰지 않음으로써 어떤 오해가 생길지 생각해야 한다”고 국제사회에 미칠 영향을 우려했다. “일본은 자위를 위한 판단을 잘못했다”“역사적, 정치적인 면에서 침략적인 측면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등의 발언이 이어졌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한 위원은 “현재의 가치관에 비춰 ‘그 전쟁은 침략’이라고 단정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며 “50, 60주년 담화에서 사용한 표현이라고 70주년 담화에서도 그대로 사용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다른 위원은 “만주사변은 침략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는 세력확장이었다”면서 “침략의 정의는 정해져 있지 않은데 침략이란 말을 사용하면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국제사회가 침략의 정의에 대해 완전한 일치점을 찾아냈다고 할 수 없다”는 말도 나왔다.
일본정부 홈페이지에 공개된 회의내용은 기타오카 좌장대리 등 일부를 제외하곤 대부분 익명으로 처리했다. 찬반내용의 일부가 공개된 것을 두고 ‘침략’표현 계승에 대한 반대의견 역시 상당하다는 것을 여론에 알리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한편 아베 총리가 자위대를 ‘우리 군’이라고 언급해 구설수에 올랐다.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지난 20일 열린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유신당 소속 의원으로부터 자위대의 타국과의 군사훈련 목적에 대한 질문을 받고 “우리 군이 투명성을 높이는 일은 큰 성과를 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민당 공약에 자위대를 ‘국방군’으로 바꾸겠다는 항목이 명시돼 있긴 하지만 그의 이날 언급은 ‘자위대는 통상의 개념으로 생각되는 군대와는 다르다’는 정부 공식견해와 배치된다. 때문에 헌법개정을 기정사실화하려는 의도적 발언이거나 은연중에 자신의 신념이 튀어나왔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아베 총리는 이후 설명에서는 다시 자위대라는 말을 썼다.
도쿄=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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