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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드론의 양면성

입력
2015.03.24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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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인권단체인 미국시민자유총연맹(ACLU)이 백악관을 상대로 드론(무인기)을 이용한 표적암살의 기준 공개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한다. 법망을 피해 은밀하게 자행되는 ‘정치적 암살’의 폐해와 수많은 민간인 희생을 초래하는 부수적 피해를 경고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인권단체 보고서에 따르면 오바마 행정부가 드론으로 41명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무려 1,147명이 희생됐다. 대테러전 핵심 무기인 드론은 마약카르텔이나 조직범죄의 우두머리, 반미 인사들을 암살하는 ‘더러운 작전’으로 용도가 확장되고 있다.

▦ 1960년대 베트남전, 73년 4차 중동전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이 정찰ㆍ교란용으로 드론을 전장에 투입한 적은 있지만 드론이 직접 전투를 수행한 것은 80년 이란-이라크 전쟁에서 드론에 RPG(총류탄)를 장착한 이란이 처음이다. 드론의 효용성에 주목한 미국은 91년 ‘사막의 폭풍’ 작전 때 처음 공격용 드론을 투입해 성공을 거뒀다. 2011년 사살된 오사마 빈 라덴은 앞서 알 카에다 서열 3위였던 무스타파 야지드가 드론 폭격으로 사망한 뒤 드론에 대한 깊은 무력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 1만㎞ 이상 날아가 임무를 수행할 정도의 정밀성을 자랑하는 드론이 실제 조종되는 곳은 보통 길이 10여㎙ 남짓한 허름한 트레일러 안이다. 은폐를 위해서다. 육체적으로 가장 안전한 보직이지만 우울증이나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가 가장 심한 집단이 드론 조종사들이다.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부수적 피해 때문이다. 사람 죽이는 것을 비디오게임 하듯 하는 임무도 이들의 감성을 마비시킨다. 그래서 조종사들은 드론을 ‘FFA(Fucker From Aboveㆍ공중의 개자식)’라고 자조한다.

▦ 군사용으로 시작한 드론이 지금은 농업, 미디어, 택배서비스 등 상업용 용도로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드론으로 농약이나 비료를 살포하는 벼 재배 면적이 전체의 40%에 달한다. 취재현장에서도 고성능의 영상장비를 갖춘 드론은 필수품이다. 아마존은 드론을 이용한 배송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아직은 군사용이 90% 이상이지만 상업용 시장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드론의 두 얼굴이다.

황유석 논설위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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