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들이 최근 조기 출근제도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이른 시간에 활동하는 것을 의미하는 이른바 ‘조활(朝活)족’이 일본의 오랜 기업관행인 야근를 줄일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고, 조활족을 위한 다양한 파생산업도 개발되고 있다.
일본 대기업 이토추(伊藤忠)상사 도쿄본사 식품부문에서 동남아 수입 업무를 담당하는 고야마 신지(小山?司)는 최근 오전 7시30분 이전에 출근, 동남아 현지 거래처와 가격, 수량 협상 업무를 보고 있다. 고야마는 “새벽에는 머리가 시원하고 피로감이 없어 일 집중이 잘된다”며 “아침 일찍 일을 서두르니 잔업시간도 줄었다”고 말했다. 이 회사가 지난 해 5월 오전 5~9시 조기 출근자에게 야근수당을 지급하는 제도를 도입한 이후 조기 출근하는 직원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제도 도입 후 직원 한명 당 초과 근무는 월 4시간 가량 줄고, 시간외 수당도 7% 감소했다.
인터넷 광고회사 오프트는 직원들의 조기출근을 장려하기 위해 매일 삼각김밥, 시리얼 등 아침 식사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일본 기업이 조기출근을 장려하는 것은 잔업 근무 시간을 아침으로 돌려 보다 효율적인 업무 관리를 하려는 의도다. 야마다 히사시(山田久) 일본종합연구소조사부장은 “아침 잔업은 마치는 시간이 정해져 있어 야간 잔업에 비해 효율적”이라며 “기업의 전체적 잔업 시간도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의료기기 제조업체 오므론 헬스케어는 새벽 근무나 조활족을 대상으로 한 ‘수면시간계’를 개발했다. 이 제품은 머리맡에 두는 것만으로도 수면시간 및 잠드는 데 걸리는 시간, 수면 상태 등을 측정하며 이를 통해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수면 개선방법을 스마트폰을 통해 전송해준다. 2013년 첫 선을 보인 이 제품은 최근 조활족의 증가에 따라 판매도 늘고 있다.
잔업이 많은 일본 기업 여건상 조기 출근이 잔업을 늘리는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야마다 부장은 “업무량이 많은 일본 기업의 특성상 개별 직원의 업무를 명확히 규정하지 않으면, 야간 잔업이 줄지 않는 상태에서 아침 잔업마저 늘어날 수 있다”며 “정부는 노동 및 고용개혁을 성장전략을 일환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일하는 방식에 대한 본질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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