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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처 못한 은퇴 준비에… 베이비부머들 한숨만

입력
2015.03.24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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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 60세' 적용전 퇴직자 상당수

국민연금 혜택까진 공백 길고

그나마 소득대체율은 쥐꼬리

대기업 정규직으로 꼬박 30년 일하고 지난해 퇴직한 정재업(57ㆍ가명)씨는 지난 설 연휴때 10개월째 근로소득이 없는 ‘백수’의 고충을 털어놨다. “아내가 마트 갈 때 카드 주는 것도 부담스럽습니다.”

정년을 2년 남기고 책상을 비운 정씨는 퇴직 전 수년간 연봉 1억여원을 받았지만 여전히 구직시장을 넘본다. 기존 급여의 절반도 주지 않는 업체 10여곳에 이력서를 냈지만 연락 온 곳은 없었다.

나름대로 성공한 직장 생활을 한 정씨지만 외환위기 때 식당 동업 실패로 진 빚과 대출 이자 등 2억원을 갚느라 퇴직금을 중간 정산했다. 홀어머니에게 매달 생활비와 의료비를 보내고, 자녀의 학비를 대면서 허리띠를 졸라 맸다. 경매로 산 인천의 단독주택으로 월세 40만원을 받는 게 현재 벌이의 전부다.

전업주부인 아내, 딸의 생활비도 빠듯한데 자녀 결혼 때 쓸 목돈은 잠을 잊게 한다. 30년 월급쟁이로 살았음에도 아직도 입사 면접 보러 다녀야 하는 그는 우울한 ‘반퇴(半退)’시대를 실감한다.

내년부터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장에 ‘법정 정년 60세’가 적용되지만 정씨처럼 이미 퇴직한 50대가 상당수다. 통계청의 ‘2014년 고령자 통계’를 보면, 베이비부머(1955~1963년 출생) 세대를 포함한 준고령자(55~64세)들은 평균 49세에 직장을 그만뒀다. 평균 근속 기간은 15년. 정씨처럼 30년을 버틴 비율은 15.4%에 그쳤으며, 7.6%만 정년을 채웠다.

거의 유일한 노후대책인 국민연금을 타려면 정씨는 2020년 7월까지 5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그는 “연금을 당겨 받으면 손해 보기 때문에 버틸 수 밖에 없다”며 내년 5월 서울의 아파트 2년 전세 기간이 끝나면 수원으로 집을 옮겨 숨통을 트려 한다.

그러나 5년 뒤에도 정씨의 상황은 장밋빛이 아니다. 그가 조회한 국민연금 수급액은 월 129만6,000원(2015년 현재 가치)이다. 국민연금이 도입된 1988년1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315개월간 보험료를 부었지만 퇴직 전 3년 동안 매달 700여만원을 받던 것에 비하면 소득대체율이 20% 수준이다. 그는 “삼성 계열사 과장 때부터 소득상한액으로 26년 넘게 보험료를 부었지만 생계를 꾸리기에도 빠듯한 수준”이라고 했다. 보건사회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은퇴한 직장인이 적당한 노후를 보내기 위해서는 월평균 153만원이 든다. 그나마 베이비부머 세대의 국민연금 평균 예상 수급액이 42만8,000원인 것을 감안하면 정씨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전승훈 대구대 경제학과 교수는 “물가상승률을 반영하는 국민연금의 가입기간을 가능한 늘린 뒤 개인연금을 고려하는 게 노후대책의 순서”라며 “실직 등으로 국민연금을 내지 못한 것을 형편이 나아졌을 때 추가로 몰아 낼 수 있는 현 추가납부제에 대한 지원이나 보험료를 대신 내주되 수급 때 장기간에 걸쳐 돌려받는 보험료 대여사업을 정부가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적연금 혜택을 받지 못하는 베이비부머 세대 비율도 높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베이비부머들의 공적연금 가입률은 31.8%, 개인연금 가입률은 15.8%에 불과하다. 때문에 이들이 2020년 본격적인 노인인구층으로 진입하면 노인빈곤율이 치솟을 것이란 우려가 크다.

손현성기자 h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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