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서 기념품·음료수까지 판매
색다른 재미에 입소문·부수입 짭짤
“야야 조심해 오시라요, 날래날래 움직이시라요.”
지난 18일 저녁 뮤지컬 ‘로기수’의 1부가 끝난 후 막간 무대. 배철식 역을 맡은 배우 오의식이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관객과 ‘보급품’을 교환하기 시작했다. 물품은 출연 배우들의 사진을 담은 엽서와 병따개, 냉장고 자석 등 기념품과 초콜릿을 담은 럭키백. 미리 구매권을 산 관객들이 무대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을 기어가며 물품을 받아가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극중 한 장면인 야시장을 컨셉트로 프리뷰 기간 시험삼아 시작한 이 이벤트는 관객 반응이 좋아 매주 금요일 고정적으로 이어갈 예정이다.
공연 전후 쉬는 시간(인터미션) 소소한 이벤트가 공연 즐기는 재미를 높이고 있다. 쉬는 시간까지 눈요기에 먹을 것도 즐기고, 공연 기획사들은 입소문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보는데다 부수입도 짭짤해 1석 3조의 효과를 내고 있다.
홍보기획사 스토리피의 최소연 홍보담당자는 럭키백 이벤트에 대해 “공연장이 작아 쉬는 시간 관객들이 한꺼번에 화장실 갔다 들어오기가 불편하다며 그 시간을 활용하면 좋겠다는 관객 의견이 있었다”며 “뮤지컬 내용 중 한 장면에 착안해 이벤트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럭키백 교환은 극중 미군 보급물품을 빼돌려 민간에 넘기고 어머니 편지를 받아보는 캐릭터를 살려 배철식 역의 배우가 담당한다. 공연 당일 티켓창구에서 관람권을 구매한 관객 15명에게 선착순으로 판매하는데, 프리뷰 기간 모두 매진됐다. 최소연씨는 “관객들이 일부러 이벤트를 하는 날 공연을 예매할 정도로 인기가 좋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선보인 뮤지컬 ‘원스’는 공연 시작 전 20분간 프리쇼(즉흥 연주회)를 연다. 관객들은 공연 전이나 인터미션에 무대 위로 올라가 바에서 배우들과 함께 프리쇼를 즐기고, 음료도 사 마실 수 있다. 최승희 신시컴퍼니 홍보팀장은 “작품 무대가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의 한 술집이라 관객이 공연장에 들어오는 순간, 외국의 한 술집 손님이 돼 연주회를 즐긴다는 컨셉트로 이벤트를 기획했다”며 “관객과 배우, 무대 격차를 허물자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애초 공연장인 예술의전당은 객석에 생수 반입만 허용했으나, 2012년 브로드웨이 초연 당시의 버전을 그대로 재현한 ‘공연의 일부분’이라는 기획사의 요청에 수락했다는 후문이다. 생수 4,000원, 와인 7,000원 등 만만치 않은 가격이지만 관객 반응은 좋다. 공연 1회 평균 70여잔, 125회 공연 중 8,600여잔이 팔렸다. ‘원스’를 관람한 하영하(33)씨는 “음료를 사면서 무대 위 세세한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았고, 음료 담아준 텀블러도 맘에 들어 두고두고 쓸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발레 ‘호두까기인형’을 공연하며 마임 배우들이 쥐왕과 호두까기왕자 분장을 하고 쉬는 시간 객석을 돌아다니며 사진 찍는 이벤트를 열었던 유니버설 발레단 역시 올해 12월 호두까기인형을 다시 올리며, 같은 이벤트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라선아 유니버설발레단 홍보차장은 “지난해 처음 인터미션 시간 프로그램 북까지 판매했는데 공연 당 70부 이상 판매할 정도로 호응이 좋았다”며 “브로드웨이처럼 공연 중간 음료나 공연관련 상품을 파는 이벤트들이 홍보 효과가 좋아 롱런 공연의 경우 도입이 늘고 있는 것 같다”고 평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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