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비나미술관, 6월까지 전시

사진작가 한성필은 완성된 풍경 사진을 만들기 위해 반복적인 디지털 편집 작업을 거친다. 그림을 그린 듯 아름다운 주택 사진은 여러 장의 사진을 잘라내고 겹쳐서 만든 것이다. 얼어붙은 폭포를 담은 ‘시간의 흔적’도 장대한 극지방 풍경사진의 일부를 자른 것이다. “실재와 이미지의 간극“이라는 한성필의 주제 의식이 그의 사진 작업 과정에서 드러난다.
그래픽 디자이너 김영나는 문방구에서 구입한 사무용 스티커를 칼로 자르고 이어 붙여 스케치를 한다. 이런 스케치에서 김영나 특유의 간명한 로고와 무늬 디자인을 떠올릴 수 있다.
회화, 조각, 사진, 디자인, 건축, 일러스트레이션 등 다양한 분야의 작가들이 자신의 작업 방법과 내용을 공개하는 ‘아티스트 포트폴리오 2’전이 18일부터 서울 안국동 사비나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김영나와 한성필 외에 유근택, 홍승혜, 고명근, 김기철, 홍순명까지 모두 7명의 작가가 개인 공간을 받아 자신의 작업 과정을 공개하고 지금까지의 작품을 정리ㆍ회고하는 전시를 선보인다.
동양화가인 유근택은 목판화를 찍고 남은 목판과 나무 찌꺼기 모음을 전시했고 기하학적인 이미지를 선보여 온 서양화가 홍승혜는 지금까지 그가 사용한 도형과 색상, 전시 제목을 늘어놓는 것으로 자신의 작업을 정리했다. 설치미술작가 홍순명은 제작 중인 ‘메모리스케이프’ 전시 작업을 그대로 공개했다. 진도 팽목항에서 건져 올린 표류물을 여러 개 모아 만든 ‘사소한 기념비’들은 마지막 색칠 작업을 기다리고 있다.
가장 인상적인 전시는 지하에서 펼쳐지는 사운드 아티스트 김기철의 ‘사운드 루킹-레인’이다. 1998년 봄 종묘에서 녹음한 것을 그대로 재생한 빗소리와, 사비나미술관 전시 공간에 비가 떨어지는 것처럼 들리도록 재조정한 빗소리 두 가지를 들려줌으로써 김기철의 장기인 ‘음향 엔지니어링’의 의미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전시와 함께 마련된 ‘포트폴리오 아카이브 라운지’에는 미술 작가 58명을 비롯해 건축가, 일러스트레이터, 게임 그래픽 원화가, 현대무용가와 작곡가까지 총 96명이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공개했다. 온라인으로, 혹은 인쇄된 책자와 바인더로 깔끔하게 정리한 작품 기록들을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다. 전시 6월 5일까지. (02)736-4371
인현우기자 inhy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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