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4대 도시 중 하나인 타이난(臺南)시에서 장제스(蔣介石) 전 총통의 동상 14개가 일제히 철거(사진)됐다. 민진당 출신의 시장이 단행한 조치로, 국민당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대만 중국시보 등에 따르면 라이칭더(賴淸德) 타이난시장은 토요일이었던 지난 21일 저녁 타이난시 14개 학교의 교정에 세워져 있던 장제스 동상을 한꺼번에 철거했다. 2010년 시장 선거에서 국민당의 친중국 정책에 반대하고 대만의 독립을 주장하는 민진당 후보로 출마해 선출된 라이칭더 시장은 지난해 11월 지방 선거에서 연임에 성공했다. 그는 지난달 2ㆍ28사건 기념식에서 이미 “초등학교 등에 세워진 장제스 동상을 철거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1947년 일어난 2ㆍ28사건은 그전부터 대만에서 살던 본성인(本省人ㆍ약 84%)과 장제스의 국민당 정부와 함께 건너 온 외성인(外省人ㆍ14%) 사이의 충돌로 촉발됐다. 정부 발표로만 2만8,000여명이 희생됐고, 대부분은 외성인이 큰 피해를 입었다. 이 때문에 매년 2월28일을 전후로 대만 전역에선 장 전 총통의 동상이 수난을 당하는 일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번처럼 시 정부가 직접 나서 대규모로 동상을 철거한 것은 민진당의 천수이볜(陳水扁) 전 총통 퇴임 이후론 거의 없었던 일이다. 한 때 4만개를 돌파했던 대만 내 장제스 동상은 천 전 총통의 주도로 대거 철거된 바 있다. 또 다시 장제스 동상이 철거되고 있는 것은 그 동안 친중국 정책을 펼쳐온 국민당과 마잉주(馬英九) 총통에 대한 대만 내 반감이 더 커졌다는 것을 시사한다. 지난해 11월 지방 선거에선 국민당이 참패했다. 대만 인터넷엔 “권위주의 시대는 이미 막을 내렸는데 장 전 총통의 동상은 여전히 교정에 서 있다”고 비판하는 학생들의 동영상도 유포됐다.
국민당은 강력 항의했다. 국민당은 “난타이시가 휴일을 이용해 장제스 전 총통의 동상을 몰래 철거한 것은 일종의 ‘행정 폭력’으로, 사회의 대립만 조장할 뿐 융합엔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일부 국민당 인사는 “라이 시장은 테러리스트”라고 공격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해외판도 24일 이번 사건과 관련, “탈장제스화의 배경은 곧 탈중국화”라며 촉각을 곤두세웠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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