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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행복하지 않은 아이들

입력
2015.03.24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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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경쟁력 26위, 국내총생산(GDP) 13위, 1인당 GDP 세계 29위. 선진국에서 수백 년 걸쳐 이룬 경제발전을 불과 40년에 해낸 우리의 성적표다. 그러나 눈부신 발전은 행복과 비례하지 않는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는 말처럼, 최근 발표된 한국 아동의 삶의 질 지표는 아이들이 얼마나 버거운 현실을 살고 있는가 여실히 보여준다.

모든 아동은 건강하게 출생해 행복하고 안전하게 자라날 권리가 있다. 이를 위해 국가와 사회는 아동을 보호하며 양육할 책임이 있다. 한국 아동의 경우, 생존에 필요한 물질적인 어려움은 어느 정도 충족했다고 할 수 있다. 2013년 기준 한국 아동의 절대빈곤율은 3.6%, 상대빈곤율은 8.4% 정도다. 주요 선진국이 회원국으로 가입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 상대빈곤율(13.3%)에 비해 비교적 양호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정신건강이다. 안타깝게도 물질적 풍요가 삶의 질을 보장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더 정확하게 말해서는 물질적 풍요를 얻기 위해 삶의 질을 담보로 희생을 강요하는 형국이라고 할 수 있다. 2013년 한국아동종합실태조사 데이터를 활용해 한국 아동의 주관적 웰빙(well-being) 상태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아동 100명 중 50명은 학업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었다. 네덜란드의 경우는 100명 중 17명에 그친다. 한국의 학업 스트레스는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 아동이 느끼는 삶의 만족도도 OECD 회원국 중 가장 낮다. 우리의 경우 60.3%의 아동만이 삶에 만족하고 있었으나, 대부분 국가에서는 80% 이상이 만족하다고 답했다. 진학에 대한 부담, 학력제일주의, 학업 과중으로 인한 여가생활 부족과 부모 및 친구와 대화시간 부족 등으로 정신적으로 피폐한 상황을 보여준다.

아이들이 충분히 놀지 못한 채 지속적인 스트레스가 쌓이면 분노가 쌓이고 이는 공격적인 행동으로 표출될 가능성이 높다. 아이들이 행복하지 않은 사회가 건강하길 바라는 건 어불성설이다. 행복하지 못한 아동기를 보낸 이들이 성인이 되어 갑자기 행복해지기란 어렵기 때문이다. 아동의 낮은 행복감 및 높은 스트레스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다. 이런 현상이 지속된다면 우리 사회도 일부 선진국처럼 침체되고 우울증이 만연한 사회로 빠질 수 있다. 외국인들의 눈에 비친 한국 사회는 아직까지는 밝은 편이지만 아이들이 불행 속에 커간 멀지 않은 미래에도 여전할지는 의문이다.

천연자원이 없는 우리는 사회 발전을 전적으로 인적자원에 기대왔다. 교육을 중시했고 그를 토대로 급속한 발전을 만들어냈지만 이로 인한 부작용 역시 크다. 아이들이 방과 후 서너 군데 학원에 가는 풍경이나 청년들의 힘겨운 스펙쌓기는 개인적인 역량 강화와 국가 경쟁력에 도움 되는 부분이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노력이 개인의 불행을 담보로 한 것이라는 현실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아이들에게 웃음을 찾아줄 수 있고 학교생활을 즐겁게 할 수 있는 토대를 우선 마련해야 한다. 근본적으로 아동을 위한 여가인프라 및 여가시간 확충이 필수적이다. 지역사회는 아동의 생활환경 주변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여가 인프라 확충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교육 당국은 학업수업시수 하향 조정이나 예체능 학습 확대 등을 고려해 봄직하다. 가정에서도 아동의 놀 권리를 보장하도록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 아이를 방과후 학원 여러 곳에 보내 스트레스 받게 하기 보다 일정시간 놀 수 있도록 부모들이 배려해야 한다. 스트레스 대처를 위한 각종 상담 및 치료 서비스 확충도 필요하다. 거듭 말하지만 아이들이 건강해야 진정으로 건강한 사회가 된다.

김미숙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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