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이죠.”
지난달 일본 미야자키 캠프에서였다. 김태형 두산 감독에게 ‘올 시즌 팀 운명을 좌우할 숫자를 꼽아달라’고 했더니 이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마무리 투수의 세이브 개수였다. 김 감독은 “우리 팀은 뒷문이 중요하다. 마무리 투수가 30세이브는 넘겨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그러면서 “노경은의 부상으로 윤명준이 일단은 (마무리) 1순위다. 그런데 작년에 너무 많이 던져 몸 상태가 관건이다”며 자칫하면 윤명준이 아닌 플랜B를 가동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윤명준은 건재했다. 미야자키에서 어깨 보호 차 실전에 나서지 않았던 그는 지난 17일 NC와의 잠실 시범경기에 등판해 1이닝을 피안타 없이 2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았다. 또 19일 잠실 KIA전, 21일 잠실 LG전에서도 1이닝을 깔끔하게 틀어막고 팀 승리를 지켰다. 이번 시범경기 성적은 3경기(3이닝) 1피안타 5탈삼진 무4사구 무실점. 윤명준이 제 역할을 하며 부상자 속출로 골머리를 앓던 김 감독은 한 시름 놨다.
윤명준은 다른 마무리와는 달리 빠른 공으로 윽박지르는 투수가 아니다. 컨디션이 좋을 때 시속 147㎞까지 찍히는 직구는 보통 145㎞가 최고 시속이다. 대신 커브와 슬라이더, 포크볼 등 변화구가 다양하다. 제구도 안정적이다. 여기에 기복이 심하지 않고, 연속 안타를 맞는 경우도 드물어 또 다른 마무리 후보였던 김강률, 함덕주보다는 안정감을 준다는 게 구단 내 평가다.
윤명준은 시범 경기를 마친 뒤 “지금은 통증이 전혀 없다. 100%의 몸 상태라고 봐도 된다”며 “캠프에서 공을 못 던진 것 치고는 생각보다 밸런스가 좋았다. NC전에서는 몸쪽 제구가 잘 안 됐는데 서서히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마지막 투수로 나가고는 있지만, 내가 두산의 마무리 투수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노)경은이 형이 돌아올 때까지 임시로 그 자리에 서 있는 것일 뿐”이라며 “시즌에 들어가도 지금처럼 부담 없이 내 공을 던지고 싶다. 제구에 더 신경 쓰겠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한국스포츠경제 함태수기자 hts7@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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