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창조경제 성과 독려에… 연구소기업 100곳 돌파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창조경제 성과 독려에… 연구소기업 100곳 돌파

입력
2015.03.24 04:40
0 0

세제 혜택·연구 개발비 지원 덕, 올해에도 벌써 16곳이나 설립

'콜마 BNH' 코스닥 상장 등 공공기술 상용화 긍정 효과

기술 경쟁력 약한 9곳은 폐업… "숫자 늘리기 급급" 우려도 커져

정부가 공공연구기술의 사업화를 위해 추진한 연구소기업이 100개를 넘어섰다. 연구소기업이란 공공연구기관이 개발한 기술을 사업화하기 위해 정부에서 20% 이상 지분을 투자해 설립한 기업을 말한다. 그만큼 연구실에만 갇혀있는 기술의 상용화를 앞당겼다는 의미가 크지만, 이 가운데 9개가 이미 문을 닫아 숫자 늘리기에만 급급해 경쟁력이 약한 기업을 제대로 가려내지 못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은 23일 대전 특구재단에서 96~105번째 연구소기업 설립 기념행사를 열었다. 정부는 연구소기업의 확산으로 공공기술 상용화와 고용 창출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일선 현장에서는 제도 기반이나 경쟁력이 약한 상태에서 개수 늘리기에만 급급해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연구소 기업 발굴을 맡은 미래부 산하의 정부출연연구기관 연구자들 사이에선 “연구개발이 아니라 창조경제 성과를 내는 게 요즘 출연연구기관의 가장 큰 역할”이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2006년 2개사로 시작한 연구소기업은 해마다 3~9개씩 늘었다. 그런데 지난해 갑자기 43개의 연구소기업이 한꺼번에 쏟아졌고, 올해도 3개월 만에 벌써 16개사가 설립됐다. 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 구현을 위한 모델로 연구소기업을 꼽으면서 미래부가 산하 출연연구기관들에 설립을 독려했기 때문이다.

여기 맞춰 조건도 유리하게 바꿨다. 미래부 관계자는 “세제 혜택이나 컨설팅 등 지원을 계속 받을 수 있도록 연구소기업의 유지조건을 완화했다”며 “소속 과학자들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게 출연연구기관 겸직이나 휴직 기간을 늘리는 등 관련 법령을 정비하면서 홍보를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출연연구기관들은 미래부의 독려와 지원이 부담스럽다. 창조경제 성과에 매달리다 보면 본업인 연구개발이 뒤로 밀리기 때문이다. 한 연구자는 “지금은 정부가 밀어붙이니 연구소기업이 늘 수밖에 없지만 정권이 바뀌어도 계속 유지될 지 의문”이라며 “이런 상황이 얼마나 가겠냐”고 되물었다.

물론 연구소기업의 긍정적 효과도 있다. 정부의 창업 독려가 공부만 하던 연구현장의 분위기를 사업까지 확대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바꿔놓았다. 한 연구기관 관계자는 “과거에 기술로 창업하는 사람들을 유별나게 봤는데 지금은 좋은 기술만 있으면 누구나 돈을 벌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연구자들 스스로 공공기술의 상업적 가치와 상용화 필요성을 중요하게 인식했다는 뜻이다.

그만큼 의미 있는 성과도 나왔다. 2006년 설립된 ‘콜마BNH’는 지난달 연구소기업 최초로 코스닥에 상장됐고(시가총액 1조276억원), 2012년 문을 연 ‘세이프텍리서치’는 국내 모의 선박운행 시스템을 독점하며 설립 1년 만에 매출이 438% 증가했다.

그러나 이처럼 잘 나가는 연구소기업은 많지 않다. 내부 갈등이나 경험 부족 등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거나 시장 진입 기회를 얻지 못한 곳도 상당수다. 9개사는 아예 폐업 수순을 밟았다. 신생 기업이 시장 진출에 걸리는 기간이 평균 7년인데, 세제 혜택이나 연구개발비 지원 등에도 불구하고 이 기간을 버텨내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그만큼 경영기반이나 기술경쟁력이 약했다는 반증이다. 출연연구기관은 연구소기업이 문을 닫으면 투자한 돈을 돌려받을 길이 없다.

따라서 연구현장에서는 기술 사업화 정책이 단기 실적보다 건실하고 안정적인 창업 환경을 조성하는데 초점을 맞춰 진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