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빛의 속도로 빚 늘어도… 역대 정부 "경기부양" 명목 가계 부채 '폭탄 돌리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빛의 속도로 빚 늘어도… 역대 정부 "경기부양" 명목 가계 부채 '폭탄 돌리기'

입력
2015.03.24 04:40
0 0

2003년 금리 3%대 진입후 급증

은행 손쉬운 가계대출 확대도 한몫

카드 대란으로 400만 신불자 양산

하우스푸어 확산 홍역만 여러 차례

그 어느 때보다 빚내기 쉬워진 환경이 조성되면서 우리 경제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는 가계부채는 한층 빠르게 늘어날 전망이다. 1997년 말 외환위기를 거치며 조성된 저금리 기조에 정부의 내수 진작책과 금융회사의 소매영업 강화가 맞물려 가계빚은 10년 넘게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가계소득 증가 속도가 이를 따르지 못하면서 가계부채는 양과 질 모두에서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현 정부를 포함한 역대 정부들은 단기적 경기부양을 우선시하며 마치 ‘폭탄돌리기’하듯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미루고 있다.

가계부채는 외환위기 직후 빠르게 하향 안정화된 금리에 편승해 급증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연 3%대로 진입한 2003년 이후부터 지난해까지 가계신용(대출과 카드사용액을 합한 금액) 규모는 연평균 56조원 늘면서 2.3배 커졌다. 주택가격 폭등기였던 2005~2007년엔 매년 96조~118조원의 가계빚이 늘었다. 이 같은 급등세는 미국과 유럽에서 가계부채가 일제히 줄어들었던 2008년 금융위기 국면에도 변함없었다. 연 성장률이 2.3%로 고꾸라졌던 2012년을 기점으로 주춤해졌던 가계부채 증가세는 지난해 주택담보대출 규제완화와 두 차례 기준금리 인하에 힘입어 67조6,000억원이 늘면서 재차 탄력을 받고 있다.

경제규모에 비례한 가계부채 증가는 불가피하지만, 우리의 경우 부채 증가세가 가계소득보다 가파르다는 것이 문제다. 가계가 늘어나는 빚을 갚아나갈 만큼의 소득을 얻지 못하면서 상환 실패 위험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2011년 157.4%였던 가계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 비율은 분자에 해당하는 가계부채가 빠르게 늘어 2012년 159.3%, 2013년 160.7%로 악화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135.7%)을 훌쩍 넘는 수준이다. 통계청 조사에서도 가계의 원리금상환율이 전체 가처분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3년 동안 4%포인트 이상 늘면서 20%대(21.5%)에 진입했다.

정부 또한 가계부채 악화의 책임을 모면하기 힘들다. 외환위기 수습을 맡은 김대중 정부를 필두로, 역대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가계부채 확대를 부추기는 정책을 구사해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회사도 마찬가지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업금융을 통해 성장에 기여해왔던 은행이 외환위기를 계기로 공적 책무를 외면하고 손쉽게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가계대출을 늘리면서 부채 급증, 부동산가격 왜곡에 일조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가계부채 유발 정책은 벌써 여러 차례 홍역을 치렀다. 현금서비스 확대, 수수료 인하 등을 골자로 한 김대중 정부의 신용카드 활성화 정책은 결국 다음 정부에서 400만명의 신용불량자를 낳았다. 경기부양에 초점을 맞춘 부동산정책은 금융위기 이후 주택가격 정체에 따른 하우스푸어 확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제윤경 에듀머니 대표는 “정부 정책은 전세값이 폭등하면 전세자금대출을, 대학등록금이 오르면 학자금대출, 실업률이 오르면 햇살론ㆍ미소금융 등 무담보 대출을 늘리는 식”이라며 “법 개정과 복지로 해결해야 할 일을 모조리 빚으로 해결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경기에 미칠 파장을 의식해 당장의 ‘큰불’만 잡는 미봉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가계부채가 1,100조원에 육박한 현 상황에서도 정부는 안심전환대출 상품 출시로 은행 가계대출에서 장기ㆍ분할상환형 비중을 늘리는 정책을 내놨을 뿐, 신규대출 억제 등 보다 근본적인 대책은 상환능력 심사 강화를 내세우며 은행에 떠밀고 있는 형국이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