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무분별한 출자ㆍ출연, 지방 재정 부담 가중
지방자치단체가 무분별한 출자 또는 출연으로 지방 재정에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감사 결과가 나왔다.
감사원은 지난해 5~7월 지자체 출자ㆍ출연기관 540곳을 대상으로 운영실태를 점검한 결과 경기도의회의 편법 유급 보좌관제 운영을 적발하는 등 90건의 감사결과를 시행했다고 23일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경기도의회는 출연기관인 경기개발연구원의 예산을 늘려준 뒤 이를 도의원 보좌관 인건비로 지급하는 방법으로 '유급 보좌관제'를 편법 운영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의회는 2012년 12월 경기개발연구원의 다음해 예산을 당초보다 17억7,000만원 증액했고, 연구원은 2013년 2월 '경기도의회 역량 제고'라는 명목으로 의정연구센터를 설치해 석·박사급 인력 27명을 채용했다.
하지만 이들의 활동은 연구ㆍ조사보다는 도의원 보조에 치중됐다. 감사원이 확인한 2013년 3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의정연구센터 업무실적 602건 중 경기도의회 차원에서 연구ㆍ조사를 의뢰한 것은 1.8%(11건)에 불과했다. 나머지 98.2%(591건)는 경기도의회 소속 의원들이 5분 자유발언이나 도정 질의, 정책조사, 입법지원 등 개인의 의정활동을 위해 개별적으로 요청해 작성된 자료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의정연구센터 연구인력이 사실상 경기도의회 의원의 유급 보좌인력으로서 업무를 수행한 것"이라면서 "경기도 및 경기개발연구원이 관련 법령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현행 지방자치법에서는 지방의회 의원의 의정활동비나 여비, 수당 등의 비용만 지급하도록 돼 있을 뿐 유급 보좌인력을 둘 수 있는 근거 규정이 없다. 이와 관련 대법원은 2012년 5월과 2013년 1월 유급 보좌인력을 두기 위한 경기도의회의 조례개정안 의결과 부산광역시의회의 관련 예산안 의결에 대해서 일관되게 무효로 판결한 바 있다.
감사원은 경기도지사와 경기개발연구원장에게 각각 연구원이 도의회 의원 개인의 의정활동을 보좌하지 못하도록 관련 예산을 삭감할 것과 의정연구센터 폐지 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감사원은 또 해외 우수연구소를 유치한다는 명목으로 강원도, 춘천시, 강원대가 공동으로 스크립스코리아항체연구원(SKAI)을 설립하는 과정에서 각종 법령과 절차를 무시하는 바람에 재정적 손실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강원도는 사업비 300억원 규모의 SKAI 설립 과정에서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투자심사 대상에서 제외되도록 임의로 사업비를 축소하고 지방의회 의결을 받지도 않은 채 협약을 체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출연금 지급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데도 2009년부터 지난해 5월까지 SKAI에 63억5,000만원을 출연한 반면 당초 조달하기로 계획했던 국비는 100억원 중 10여억원만 조달해 지방재정 부담을 가중시켰다.
재무구조가 갈수록 악화하는데도 인건비 등 경상경비를 방만하게 집행하는 도덕적 해이도 심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도와 고양시가 지분 33.4%씩을 보유한 킨텍스는 2009~2013년 당기순손실이 12억원에서 2,047억원으로 급증하고 누적결손금은 305억원에서 3,330억원으로 증가하는 등 재무상태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그런데도 킨텍스는 2010~2014년 임금협약보다 0.1%포인트에서 최대 15.1%포인트까지 더 많은 인건비를 지급했으며 2011년부터는 대표이사와 임원들에게 매달 50만~100만원의 업무추진비를 편법으로 보전해줬다.
감사원은 이밖에 직원 채용 과정에서 필기시험 점수가 자격 기준에 미달했는데도 임의로 합격시키고 차상위계층 증명서를 제출하지 않은 응시자를 서류 없이 인정해 도비 유학 장학생으로 선정한 사례를 적발하고 경기문화재단 대표이사와 충남지사에 각각 문책과 주의를 요구했다.
송은미기자 m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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