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계급사회의 그늘]

'기간제 4년' 현실 반영 못해

용역근로ㆍ사내하청까지 포함

실질적 파견근로자도 160만명

기업의 고용 유연화 전략으로 늘어난 기간제 및 파견 근로자 등 비정규직 임금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정부는 여러 노동정책을 도입했다. 하지만 비정규직 근로자의 임금이나 고용 안정성을 높이는 데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평가다.

2006년 제정된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은 기간제 계약을 2년까지로만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년을 넘길 경우 기간제 근로자를 정규직이나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 고용 조건을 안정시키고, 기간제 근로자의 양산을 막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기간제 근로자 비율은 여전히 높은 수준(14%)이다. 기간제법 시행 이후 10년 간 기간제 근로자 비율은 3.9%포인트 감소하는 데 그쳤다.

이유는 사용자들이 계약기간을 2년 미만으로 잡거나 2년 후에는 재계약을 거부하고 다른 기간제 근로자를 고용하면서 정규직 전환에 따른 부담을 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2년을 넘기면 무기계약으로 간주한다는 규정이 역설적으로 기간제 근로자들이 2년 이내에 회사를 떠나야 하는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정부는 이를 개선하겠다며 기간제 계약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는 내용의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지난해말 발표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대책이라고 비판한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전까지는 기간제 근로자의 3분의 1정도는 2년이 지나면 정규직으로 전환이 됐지만, 정부 안대로 관련 법이 수정되면 기존 정규직 전환 사례들조차 사라지게 될 것” 이라며 “2년 계약 때 노동자들을 내보냈던 사용자들이 4년 계약을 한다고 정규직으로 전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도 불법파견으로 인해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파견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취지로 1998년 만들어졌다. 파견근로가 필요하다고 인정된 32개 업종에 한해서만 합법화한 것이다. 그러자 제조업 등 근로자파견이 금지된 업종에선 법망을 피해 사내하도급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고용부의 고용형태 공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00인 이상 대기업의 사내하청근로자는 87만명에 이른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정부와 재계는 파견 근로자가 20만명 수준으로 많지 않다고 주장하지만 실질적인 파견 근로자는 용역근로자와 사내하청까지 포함한 167만명으로 봐야 한다”며 “이는 전체 노동자의 8.9%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고 지적했다.

고용주와 실제 사용자가 일치하지 않는 파견근로자의 처우는 열악하다. 고용부에 따르면 2013년 하반기 파견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정규직 임금의 절반 수준인 154만원이었다. 4인 가구 최저생계비(2014년 기준 163만원)에도 못 미친다.

그런데 정부는 55세 이상 고령 노동자의 경우 업종 제한 없이 파견을 전면 허용하겠다는 방침이어서 오히려 파견근로자가 급증하게 된다는 지적이다. 김 연구위원은 “중복인원을 제외하더라도 504만명이 파견근로 대상이 되는데 전체 노동자 10명 중 3명이 파견 근로를 할 수 있게 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병훈 교수는 “모든 비정규직을 한꺼번에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 어렵다면 적어도 비정규직의 근로조건을 개선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지, 하향평준화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양진하기자 real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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