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인척 등 명의로 800억 조성"
노태우 정권 시절 실세로 ‘6공 황태자’로 불린 박철언(73) 전 체육청소년부 장관과 부인 현경자(68) 전 국회의원이 8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2008년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던 ‘박철언 비자금 의혹 사건’의 실체가 드러날 지 주목된다.
박 전 장관의 수행비서로 일했던 김모(51)씨는 조세범 처벌법과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박 전 장관 부부를 23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김씨는 고발장에서 “박 전 장관 부부가 30여년 간 친인척과 지인 명의 계좌를 이용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며 “박 전 장관이 570억원, 현 전 의원이 230억원을 차명 재산으로 보유했고 이 중 일부는 자녀들에게 불법 증여됐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박 전 장관은 선거 낙선 후 사업 등 재산을 증식시킬 수 있을 만한 일을 하지 않았는데도 공직자 재산 신고액의 수십배가 넘는 재산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박 전 장관의 비자금 조성 의혹은 2008년 H대학 무용학과 강모 교수가 박 전 장관의 돈 178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될 때 한차례 불거졌다. 당시 박 전 장관은 강 교수가 자신 부부의 부탁으로 관리를 위해 맡은 예금 178억원을 횡령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 조사 중 자금출처가 논란이 됐고, 박 전 장관이 이를 정확하게 설명하지 못하면서 비자금 조성 의혹과 탈세 논란을 자처했다. 박 전 장관 측근들도 이후 해당 자금이 그의 비자금이며, 차명으로 거액의 불법 비자금도 관리한다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의혹을 규명하지 못했다. 결국 강 교수와 교수를 도운 은행지점장만 횡령 혐의로 기소하고 수사를 마무리했다. 이후 박 전 장관은 2010년 11월 민사소송을 통해 강 교수 등으로부터 64억원을 돌려받는 강제조정 결정을 받았다.
김씨는 뒤늦게 고발한 이유에 대해 “박 전 장관 밑에서 20여년 간 수행비서로 일하면서 그의 자금 심부름을 하기도 했다”며 “나 스스로 박 전 장관의 차명계좌 관리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지만 사회를 더 맑게 만들기 위해 결심했다”고 말했다.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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