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방송광고 규제 완화 따른 수입 변화 유리한 조사만 내세워
종편은 지면 통해 "지상파 특혜", 방송협회는 "터무니없는 왜곡 보도"
언론중재위에 정정보도 청구
지상파 방송과 종합편성채널이 지상파 광고총량제 도입을 놓고 불꽃 튀는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4월 2일 전체회의에서 방송광고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할 것으로 알려지자 종편사업자들은 모기업인 신문지면을 통해 지상파의 광고총량제 도입에 맹비난을 쏟아내고, 지상파는 “거짓 주장”이라며 정정보도 청구에 나섰다.
KBS 등 지상파 4사가 회원인 한국방송협회는 23일 종편사업자인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 등을 상대로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 청구를 신청했다. 방송협회는 이 신문사들이 지난 1월 방통위 산하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발표한 ‘지상파TV 방송광고 편성규제 변화로 인한 방송광고비 변동 효과 분석’ 보고서를 왜곡 보도한 부분을 문제삼고 있다.
보고서는 국내 400대 광고주 중 지상파 광고 집행 실적이 있는 281개사를 조사한 것으로, 광고총량제가 도입될 경우 응답자의 76%(102개사)는 지상파에 광고비를 늘릴 의사가 없다고 응답했고 19%(26개사)만이 지상파로 광고비를 늘리겠다고 답했다. 증액 의사를 밝힌 19개사 중 18.3%는 신규 예산 배정을 통해서, 81.7%는 타 매체의 광고비 지출 규모 조정을 통해서 광고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방송협회 최상훈 대외협력부 차장은 “종편사들이 81.7%를 내세워 지상파에 광고 쏠림현상이 가속화된다고 왜곡 보도했다”며 “터무니 없는 왜곡으로 독자와 시청자에게 오해를 사게 했다”고 주장했다. 종편사들은 KISDI의 결과가 나온 이후 신문 기사와 사설 등을 통해 “방통위가 지상파에 광고총량제로 특혜를 준다”고 비난했다.
지상파와 종편은 광고총량제 효과(수입)에 대해서도 아전인수 식으로 저마다 다르게 해석해 싸우는 중이다. 지상파가 광고총량제로 발생하는 수익에 대해 KISDI는 217억~638억원이라고 발표했고,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KOBACO)는 376억원,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는 1,000억~1,500억원 이상으로 내다봤다. 방송협회는 KISDI와 KOBACO의 결과를, 종편사들은 케이블TV협회의 조사만 신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종편사들은 “방통위가 광고총량제를 밀어 붙이려는 상황에서 산하 조직인 KISDI와 지상파의 광고영업 대행을 맡고 있는 KOBACO의 예측 수치를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방송협회는 “종편사들이 비현실적인 과대추정으로 거짓 주장을 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방통위가 개정하려는 방송법 시행령의 주요 내용은 광고총량제를 지상파에 도입해 프로그램 편성시간 당 평균 100분의 15 이내, 최대 100분의 18까지 광고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이미 시행 중인 유료방송에는 최대 100분의 20까지 확대하는 것이다. 즉 60분짜리 지상파 프로그램의 경우 개정안에서 광고시간은 평균 9분, 최대 11분까지 허용된다. 이에 종편사들은 “지상파의 프로그램 광고시간이 기존 광고별 규제시 6분(24개)에서 총량제 도입시 9분(36개)으로 50%나 늘어나 지상파 3사는 총 1,500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내다본다. 반면 지상파 측은 “광고가 일부 인기 프로그램을 제외하고 완판되지 않는 상황에서 이런 계산은 오류”라며 “유료방송 역시 개정안에 따라 또 한번 특혜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상파와 종편의 첨예한 대립에도 불구하고 방통위는 광고총량제를 밀어붙일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가 지난해 내세운 7대 정책과제에 포함된 내용인데다 현 정부의 정책 기조와도 상통하기 때문이다. 한 방송관계자는 “방통위는 ‘2014 정부업무평가’의 부처별 평가등급에서 꼴찌 수준인 ‘미흡’ 결과를 얻어 이번 광고제도 개선과 관련해 실적을 올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공영방송의 역할에 대해서는 도외시한 졸속 행정이라는 지적이다. 추혜선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방통위는 KISDI 조사에서 정작 지상파 광고총량제가 광고시장 활성화에 효과가 있는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며 “공영방송의 역할이나 시청권 훼손 등에 대한 우려를 무시하고 밀어붙이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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