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서 '아베 정권 NO! 대행진'… 10, 20대 대거 참가 1만명 넘어
원전 재가동·후텐마 기지 이전 등 일방통행식 정책에 반대 목소리
원전재가동,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위한 안보법제 정비, 후텐마(普天間) 공군기지 이전 강행 등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강경 정책에 침묵해오던 일본 주민과 지자체가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집회 등 단순한 항의성 시위에서 벗어나 선거를 겨냥한 낙선운동이나 아베 정권의 정책을 저지하는 실력행사 등 저항의 수위를 한층 높이고 있다.
23일 도쿄(東京)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도쿄 및 수도권 시민단체 모임 ‘아베정권 NO! 대행진’은 22일 도쿄에서 아베 총리의 정책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탈원전, 환태평양동반자협정(TPP), 노동법 등 11개 시민단체가 공동으로 기획한 이날 행사는 히비야공원을 비롯, 신주쿠, 시부야, 유락초, 우에노 등 도쿄의 인구밀집지역에서 동시적으로 진행돼 1만4,000여명이 참석했다. 일본에서 1만명이 넘는 집회가 열리는 것은 이례적이다.
50대 주부 이누이 미키코(乾美紀子)는 “헌법9조의 알맹이가 사라지고 있다”며 “국민들의 잠자코 있다고 해서 정권이 제멋대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행사에는 평소 일본의 우경화 움직임을 우려하는 10, 20대 젊은 층도 대거 참가했다. 일본 평화헌법의 가치를 젊은이의 목소리로 전하는 시민단체에 소속된 16세 여고생은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면 일본은 전쟁에 가담하게 된다”며 “우리는 말하는 대로 따라가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아베 정권이 추진중인 안보법제 정비에 반대했다.
대학생 혼마 노부카즈(本間信和)는 “정부가 추진하는 특정비밀보호법은 인간이 자유롭게 생각하고 논의하고 행동하기 위한 토대를 파괴한다”며 “민주주의를 업신여기는 아베 정권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언론은 “이날 행사가 내달 지자체 단체장을 선출하는 통일선거를 앞두고 이뤄진 것은 선거에서 아베 정권을 견제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오키나와현 후텐마(普天間) 공군기지의 이전을 위해 아베 정권이 추진중인 헤노코 연안 암초파쇄공사와 관련, 오나가 다케시(翁長雄志) 오키나와 지사가 이날 공사 허가를 취소를 검토 중이라고 교도(共同)통신이 보도했다.
미군기지 이전을 두고 일본 정부와 대립각을 세워온 오나가 지사는 방위성이 지난해 기지 공사를 위해 헤노코 앞바다에 투입한 대형 콘크리트 블록이 허가 구역 외부에 떨어지거나, 투입 과정에서 산호초를 손상했다며 현과 협의 혹은 허가 변경 절차를 밟을 것을 방위성에 요구해왔다. 하지만 방위성은 정부차원의 공사에 지자체가 간섭하는 것은 하극상이라며 공사를 강행하자 오나가 지사는 공사를 일시 중단하지 않으면 허가를 취소하겠다며 실력행사에 돌입할 뜻을 내비쳤다.
발끈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 “법률에 기초에 공사를 착착 진행하겠다”며 오나가 지사의 의사를 묵살하는 발언을 했으나, 오나가 지사가 실력행사에 나설 경우 공사가 상당 기간 지연될 수 있다.
관련 전문가는 “아베 정권의 일방통행식 정책에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다는 일본 내 움직임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며 “총선 등의 압도적 승리에 도취해 밀어붙이기를 강행해온 아베식 정치가 향후 커다란 도전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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