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시험성적서 85만건 전수조사… 검사 따내려고 엉터리로 적합 판정
민간 식품위생 검사기관들이 검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허위로 시험성적서를 발급해 오다 검찰에 적발됐다. 검사의뢰 유치를 위해 민간 기관간 과도한 경쟁이 벌어져 검사기관이 식품업체의 ‘을’이 되는 구조적 문제점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서울서부지검 식품의약조사부(부장 이철희)는 최근 3년간 검사 규정을 지키지 않고 허위 시험성적서를 발급한 혐의(식품ㆍ의약품 분야 시험ㆍ검사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민간 식품위생 검사기관 10곳의 대표이사 등 운영자 8명을 구속기소하고 연구원 등 16명과 이들이 속한 법인 10곳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들 기관에 허위 성적서를 발급해달라고 요구한 식품제조유통업체 임직원 6명도 불구속 기소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적발된 검사기관 10곳의 검사기관 지정을 취소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식약처의 수사 의뢰를 받아 전국 74개 식품위생 검사기관이 최근 3년간 발급한 시험성적서 85만여건을 전수 조사해 8만3,000여건이 허위로 작성된 사실을 적발했다. 이 중 제품 유해성 등 안전성 확인이 필요한 2,402개 제품을 재검사한 결과 28개 제품이 식품 기준에 못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1962년 제정된 식품위생법은 시도 보건연구소나 보건환경 연구원 등 공공 기관만 식품위생 검사를 실시하도록 했지만 1986년부터 일정 요건을 갖춘 민간 기관에도 위탁을 맡길 수 있게 개정됐다. 이후 전국 2만2,700여곳의 식품가공업체 중 약 80%(1만8,000여곳)가 민간 검사기관에 식품위생 검사를 맡기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민간에 위생검사를 맡기기 시작하자 난립한 민간 검사기관이 식품업체들로부터 검사를 유치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저가 덤핑 검사를 하거나 업체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느슨하게 검사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수법은 다양했다. 김치 제품 내 기생충알 유출 검사를 의뢰 받은 경기 성남의 검사기관은 제품의 포장을 뜯지도 않은 채 적합 판정을 내리거나 최소 5개의 검체를 모두 검사해야 하는데도 시약의 재료비와 인건비를 절감하기 위해 1,2개의 검체만 검사했다. 또 다른 기관은 발암물질인 ‘아플라톡신’ 검사에 1회용 장비를 재사용했다. 일회용 검사 장비를 사용하면 물질 특성상 아플라톡신은 전혀 검출되지 않는다고 한다. 검사 결과 부적합 판정이 나오자 검사기관이 멋대로 검체를 바꿔 검사하고 성적서를 내주기도 했다. 경기 성남의 한 기관은 식혜에서 검출된 세균수가 기준치를 초과하자 해당 업체에 결과를 알리고 다른 검체를 받아 새로 검사를 한 후 적합 성적서를 발급했다. 검체 하나에서라도 부적합 판정이 나면 그 제품은 전량 회수해야 한다.
검찰 관계자는 “일부 식품업체들은 적합 판정을 내리지 않는 검사기관과는 계약을 해지하는 등 검사기관에 대해 식품업체들이 ‘갑’이 되는 기인한 갑을관계가 존재했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성적서 위ㆍ변조 방지시스템 구축 및 기록관리시스템 등의 검사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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