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재판 없이도 사람들을 단속할 수 있어야 한다. 공산주의자든, 맹목적 애국주의자든, 종교적 극단주의자든. 이를 해내지 못하면 국가는 파멸에 이를 것이다.”
23일 별세한 싱가포르의 국부 리콴유(李光耀) 전 총리는 30여년간 총리직을 역임하며 파란만장한 인생을 겪은 만큼 다양한 어록을 남겼다.
리 전 총리의 말에서는 특히 독립과 경제부흥을 이끌기 위해 민주주의까지 희생했던 지도자로서의 권위적 정치 신념이 드러난다. 리 전 총리는 자신의 철권정치에 대해 “누구든 나를 이기려면 너클 더스터(주먹을 강화하려고 손에 끼는 무기)가 필요할 것이다”라며 “나에게 상처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한 번 해봐라”라고 호언장담했다. 그는 정적에 대해서도 “말썽꾼들을 정치적으로 파괴하는 게 내 일이다”라며 “내 가방 안에는 날카로운 손도끼가 있으며, 말썽꾼과 겨루게 된다면 내가 이 도끼를 사용할 것임을 모두가 알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리 전 총리는 권력 쟁취를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도 된다는 16세기 이탈리아 정치사상가 니콜로 마키아벨리의 골수 신봉자로 알려져 있다. 그는 마키아벨리의 사상에 대해 “국민의 사랑을 받는 존재가 될지 두려움의 대상이 될지 사이에서 나는 늘 마키아벨리가 옳다고 믿었다”며 “아무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나는 의미 없는 존재”라고 말했다.
리 전 총리는 또 민족주의자의 면모도 수시로 드러냈다. 대영제국과 제국주의 일본의 식민통치를 번갈아 경험한 바에 대해서는 “강대국들에 갇힌 국민이 살아남기 위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알게 됐다”며 “어느 날 영국이 요지부동의 주인이더니 다음 날은 우리가 왜인이라고 놀렸던 일본이 근시안적 편견으로 싱가포르 국민의 발전을 저해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강한 발언을 서슴지 않던 리 전 총리도 평생을 함께 한 부인 과걱추(柯玉芝) 여사가 2010년 89세를 일기로 타계하자 “그녀 없이는 다른 사람으로 다른 인생을 살 것이다”라고 밝히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당시 “마지막 이별의 순간 내 마음은 슬픔과 비탄으로 무겁다”고 절절한 마음을 전했다.
신지후기자 h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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