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위팀 반란에 정규시즌 5위 그쳐… V리그 출범 이후 PO 진출 첫 실패
구단의 사의 반려 요청에도 용퇴
남자 프로배구 현대캐피탈 김호철 감독이 성적부진의 책임을 지고 23일 자진 사임했다. 삼성화재와 함께 남자프로배구 전통의 양강으로 꼽힌 현대캐피탈은 올 시즌 플레이오프에도 진출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OK저축은행, 한국전력 등 만년 하위팀들의 반란에 최대 희생자라는 평가다.
현대캐피탈은 이날 “김호철 감독이 팀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감독직에서 자진 사임했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구단을 통해 “배구 명가인 현대캐피탈의 성적 부진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며, 감독으로서 모든 책임을 지고 스스로 사임하는 것이 팬들과 선수, 그리고 구단에게 해야 할 도리라 생각했다”고 사임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그는 “시즌 동안 고생한 선수들과 같이 할 수 없는 점이 미안하고, 전폭적인 지원을 해준 구단과 아낌없는 사랑을 보내준 팬들에게 죄송하다”며 “현대캐피탈 배구단이 최고의 구단으로 거듭나길 기원한다”고 전했다.
올시즌 출범부터 외국인 선수 리버맨 아가메즈(30ㆍ콜롬비아)의 부상으로 위기에 빠졌던 현대캐피탈은 새 용병 케빈 레룩스(26ㆍ프랑스)를 영입한 후에도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결국 2005년 프로배구 V리그 출범 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해 팬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반면 라이벌 삼성화재가 4시즌 연속 챔프전 직행에 성공한 것이 현대캐피탈로서는 더욱 뼈아팠다.
구단 관계자는 “지난주 김 감독이 한 차례 사의를 밝혔고, 구단에서 이를 반려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주말에 김 감독이 최종 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구단은 선수들과 코칭 스태프가 전원 휴가 중에 있어 차차 김 감독의 후임을 논의할 예정이다. 김 감독은 당분간 일선에서 물러나 휴식을 취할 예정이다.
1970~80년대 국내외에서 컴퓨터 세터로 이름을 날린 김 감독은 이탈리아 리그에서 선수와 청소년 대표팀 감독을 역임하다가 2003년 남자실업배구 현대캐피탈 감독으로 지휘봉을 들면서 국내에 복귀했다. 김 감독과 현대캐피탈은 3번의 정규리그 우승과 2번의 챔프전 우승을 차지했다. 김 감독은 2010~11시즌까지 현대캐피탈 지휘봉을 잡았다가 2012~13시즌 OK저축은행의 전신 러시앤캐시 사령탑으로 짧은 ‘외도’를 하기도 했지만 2013~14시즌을 앞두고 친정 현대캐피탈로 돌아와 명예회복을 노렸다.
이현주기자 memor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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