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 문화의 확산 속에 글램핑에 대한 관심도 높아가는 요즘이다. 부유층의 여가 문화로 출발한 글램핑은 국내에 이색 숙소로 알려지며 그 의미와 즐기는 행태가 변질됐다. 캠핑의 원래 의미를 곱씹을 때 인천 강화도 캠핑장 화재 사고와 같은 불행한 일을 막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 아랍 부호들의 야영 숙소에서 출발한 글램핑
글램핑이란 원래 중동 지역의 부호들이 사냥 등을 위해 야외로 나갈 때 이들이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숙소를 제공하는 것에서 유래된 야영의 형태다. 이것이 유럽이나 북미로 넘어오면서 부유층의 여가 문화로 자리매김했다. 야외로 나갈 때 장비나 먹거리 등을 모두 챙기는 일이 번거로우니 이를 없애기 위한 방안에서 비롯된 셈이다. 이용하는 사람들이 주로 돈이 많은 이들이다 보니 시설 수준이 화려하다. 텐트 안에는 침대를 비롯한 고급 가구는 물론 냉장고, 오디오 등 가전제품과 각종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고 심지어 화장실이 마련된 경우도 있다. 글램핑이라는 단어 자체가 화려함을 뜻하는 ‘글래머러스(glamorous)’와 ‘캠핑(camping)’의 합성어다. 이러니 한마디로 말해 최고급 호텔의 객실을 자연으로 옮겨 놓았다고 생각하면 된다. 해외에는 피라미드를 배경으로 사막에서, 또 원시의 정글 속에서 글램핑을 즐기는 상품을 파는 곳도 있다. 사람들은 이렇게 잘 꾸며진 텐트에서 자연을 벗삼아 휴식을 즐기며 사냥이나 승마, 요트 타기 등의 레저를 즐긴다.
● 국내에는 이색 숙소로 소개
일부 캠핑 마니아들 사이에만 알려졌던 글램핑은 지금으로부터 3년 전쯤 특급 호텔이나 리조트 등에서 체험형 시설을 선보이며 일반인들에게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2012년 제주 신라호텔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글램핑 존을 오픈했다. 저녁 시간 글램핑을 체험하고 잠은 호텔에서 자는 방식으로 운영하는데, 8동의 12평 규모 카바나(천막 형태의 임시 구조물) 스타일의 대형 텐트 안에 벽난로, 4인이 누워도 충분한 소파침대, 대형 고급 테이블, 족욕기, 오디오 시스템 등을 구비했다. 가구들은 모두 국내에서 주문 제작한 것이고 국내 유명 호텔과 국내 최고급 빌라에서 사용하는 제품들로 꾸며 놓았다. 무선 인터넷도 된다. 이곳에서 휴식을 취하는 동안 호텔의 셰프가 직접 요리한 바비큐를 제공한다. 제공되는 메뉴도 풍성하다. 샴페인, 카나페 등의 웰컴 디너를 시작으로 바닷가재, 꽃등심, 흑돼지 오겹살, 수제 소시지, 전복, 그릴야채, 군고구마, 옥수수 등이 메인 요리로 마련된다. 이태리식 해산물 볶음밥, 토마토 라멘 등의 식사메뉴와 디저트까지 제공된다 2인 기준 이용 가격이 30만원 내외로 비싼 편이지만 영화 속 주인공이 된 듯한 이색 체험을 하려는 이들로 요즘도 늘 만원을 이룬다.
제주 신라호텔의 글램핑이 입소문을 타면서 제주도의 다른 호텔과 리조트들도 속속 체험형 글램핑 시설을 오픈했다. 이후 글램핑은 캠핑 열기에 힘입어 전국적으로 퍼져나간다. 경기도 가평에 위치한 아난티클럽 서울처럼 글램핑과 함께 수영장, 테니스장, 골프장 등 레저를 즐길 수 있는 곳도 생겼다.
문제는 글램핑이 본래의 의미와 형태에서 왜곡된 모습으로 마치 이색 숙소처럼 비춰지고 있다는 것이다. 1990년대 후반 펜션이 전국을 휩쓸었던 것과 같은 양상으로 ‘인디언 텐트’를 글램핑 숙소로 소개하는 웃지 못할 일까지 벌어지게 됐다.
● 자연을 즐기는 캠핑 본연의 뜻 되새겨야
글램핑의 출발이 부유층의 여가 문화에서 시작한 만큼, 제대로 된 시설을 갖추는 데에는 비용이 많이 든다. 실제로 텐트 한 동의 비용이 비싼 것은 수천만원에 달하고 이 안에 고급 편의시설을 갖추는 데에도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간다. 이러다 보니 영세한 업체가 글램핑 시설을 제대로 갖추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글램핑이 특급 호텔을 통해 국내에 소개 된 것도 이런 이유다.
캠핑 인구 400만 시대, 전국에 캠핑 사이트도 수백 곳이나 된다. 글램핑을한 마디로 딱 부러지게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현재 국내에 글램핑으로 소개되는 이색 체험 숙소 대부분은 그 출발과 본래의 형태를 고려할 때 기준 미달인 셈이다.
그렇다면 글램핑과 캠핑은 어떻게 즐기는 것이 바람직할까. 당연히 글램핑시설이 제대로 된 곳을 찾는 것이 맞다. 캠핑도 마찬가지다. 자연 속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러니 당연히 불편할 수 밖에 없다. 편의를 위해 이미 갖춰진 인공의 시설을 찾아가는 것보다는 캠핑 본래의 의미를 되새기며 자연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 속에서 최소한의 장비로 자연을 즐길 때 인공 시설물로 인한 사고는 예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성환기자 spam001@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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