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신분 대물림 美서도 고착화
미국에서 억만장자 아버지를 둔 아들이 억만장자가 될 확률은 일반인보다 2만8,000배, 대통령 아들이 대통령 될 확률은 143만배나 높다.
자유 경쟁과 ‘아메리칸 드림’의 나라로 알려졌던 미국에서 돈 많고 힘 있는 아버지의 지위를 아들이 이어가는 ‘신분 대물림’(Nepotism) 이 고착화되고 있다. 미국 경제학자 세스 스테펀스-데이비도위츠는 22일 뉴욕타임스에 게재한 ‘우리가 얼마나 가문 위주인가’라는 기고문에서 대통령 억만장자 상원의원 프로운동선수 등 미국에서 선망의 대상인 직업의 대물림 비율을 공개했다.
미국 베이비붐 세대 남성과 이들의 아버지를 분석한 결과, 대통령 아버지를 둔 아들이 대통령이 된 확률(13분의1)은 일반인(1,871만분의 1) 대비 143만배 높았다. 내년 대선에서 조지 H. 부시 전 대통령의 아들인 젭 부시가 맏형(조지 W. 부시)에 이어 대권을 쟁취할 경우, 일반인과 대통령 아들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게 된다.
앨 고어 시니어(아버지)와 앨 고어 주니어(47분의1), 조지 롬니(아버지)와 밋 롬니(51분의1) 등 각각 상원의원과 주지사 자리를 대물림하는 확률도 일반인(상원의원 39만8,197분의1ㆍ주지사 30만6,807분의1) 보다 월등히 높았다. 로스 페로(아버지)와 로스 페로 주니어처럼 억만장자 아버지 밑에서 억만장자가 나올 확률(9분의1)도 일반인이 자수성가하는 비율(25만8,141분의1)보다 3만배 가까이 높았다.
다른 분야의 대물림 비율도 높게 나타났다. 육군 장성은 보통사람과 비교했을 때 4,582배 높고 유명 최고경영자(CEO)는 1,895배, 퓰리처상 수상자도 1,639배 가량 차이가 났다.
신체 조건이 성공의 주요 변수인 프로운동 선수들에게서도 같은 경향이 나타났다. 베리 본즈가 아버지(바비 본즈)의 뒤를 이은 것처럼 부자 메이저리거가 출현할 확률(73분의1)도 일반인의 확률(1만4,966)보다 높았다.
한편으로 스테펀스-데이비도위츠는 아프리카 케냐 출신과 미국 캔자스 주 출신 사이에서 태어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008년 당선되고, 미국 상원의원 90%는 아버지가 고위 정치인이 아니라는 것을 고려하면 미국에는 여전히 신분 상승의 기회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또 “50년간 권력의 30대 세습이 이뤄진 북한처럼, 지구상에는 정치권력의 세습이 미국보다 훨씬 더 심한 나라가 많다”고 덧붙였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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