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옇게 흐린 창 밖을 물끄러미 내다보고 있었다. 미세먼지나 황사 주의보가 내려진 것일까. 공기도 텁텁한 것 같았다. 답답한 것이 공기인지 마음인지 분간이 잘 되지 않았다. 그 때 열차가 지나갔다. 집 앞 철로가 있어서 먼지와 소음이 많은 편이지만 가끔씩 들리는 칙칙폭폭 소리가 싫지 않다. 아이들은 그럴 때 손을 흔들고는 한다. 뜻 모를 반가움을 실어서 말이다. 기차 소리가 마음을 위로해주기도 한다. 어딘가로 향하는 낮고 규칙적인 소리가 마음을 어루만지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날이 풀리면서 얼었던 몸과 마음도 조금 느슨해지는 것일까. 봄이 되면서 긴장했던 마음이 누그러진 것일까. 한없이 가라앉는 이 때 기차는 그런 마음을 통과해간다. 문득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소리들에 대해 생각해본다. 반가운 목소리에서 마음을 울리는 노랫소리까지, 도시의 소음에서 우주의 낯선 음향들까지 무수히 많은 소리에 둘러싸여 우리는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한때 마음이 불안할 때마다 쿵쿵하는 환청을 들을 때가 있었다. 나 혼자 ‘불판 위의 코끼리’라 부르며 귓속에서 그 소리가 그치기를 기다렸다. 마음이 다급할수록 소리가 오래갔다. 그 소리를 상상하고 즐길수록 오히려 빨리 그쳤다. 어떤 소리들은 우리를 선동하고, 어떤 소리는 치유를 돕고, 어떤 소리는 우리를 무너뜨린다. 천국과 지옥은 귓속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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