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이야 쌓으면 되지 않겠습니까.”
양상문 LG 감독이 호탕하게 웃었다. 22일 두산과의 잠실 시범경기에 앞서 팀 불펜진을 얘기하면서다. 4, 5선발 후보들이 신통치 않아 고민이라던 양 감독은 “불펜 쪽은 걱정 없다. 자원이 늘었다”며 “기존 선수들도 잘 던지고 있지만, 김지용과 최동환도 아주 잘해주고 있다. 과감한 투구가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양 감독이 언급한 선수 가운데 최동환은 2009년 2차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로 뽑힌 오른손 강속구 투수다. LG 팬들에게 그리 낯설지 않은 이름이다. 그런데 김지용은 모르는 이가 더 많다. 2010년 드래프트에서 9라운드에 LG 유니폼을 입은 데다, 그 해 1군에서 5경기(평균자책점 7.88)를 뛴 게 전부다. 올해 연봉 역시 최저인 2,700만원이다.
하지만 양상문 감독의 칭찬은 끊이질 않았다. 김지용이 전날 경기 2-1로 앞선 4회초 1사 1ㆍ3루에서 등판해 2실점한 부분도 “괜찮다. 위기에서 어떻게 던지는지 보고 싶었다”며 “캠프 때부터 공격적인 투구를 하고 있다. 기존 선수들보다 경험이 떨어지지만, 그것은 쌓으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지용은 이날 경기에서도 4-6으로 뒤진 5회 1사 1ㆍ3루에서 출격했다. 선발 임지섭(3⅔이닝 4피안타 4실점)과 두 번째 투수 유원상(⅔이닝 4피안타 3실점)이 모두 무너진 뒤였다. 김지용은 1⅔이닝을 피안타 없이 깔끔하게 막았고, 승리 투수까지 됐다. 이번 시범경기 성적은 5경기 1승 1홀드, 2.35의 평균자책점이다.
김지용은 시범경기에 선 자체가 드라마 같다.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 야구 국가대표팀의 연습이 한창이던 9월 중순. 그는 대표팀 타자들의 타격감 유지를 위해 라이브 피칭을 해주던 투수였다. 류중일 대표팀 감독이 LG 쪽에 부탁을 했고, 양상문 감독이 2군 투수 중 호출한 게 바로 김지용이었다.
이 때 양 감독은 김지용의 슬라이더를 보고 깜짝 놀랐다. “2군 투수 중 저런 변화구를 던지는 선수가 있었냐”고 호평했다는 후문이다. 이후 김지용은 LG 선수들을 상대로 한 차례 더 라이브 피칭을 했고, 양 감독은 스프링캠프에 그를 데려간 뒤 시범경기에서도 꾸준한 출전 기회를 줬다.
김지용은 “2011년 공익근무요원으로 군 복무를 하고 2013년 말 제대했다. 감독님이 슬라이더 각이 좋다고 하셔서 자신감을 갖고 공을 던지고 있다”며 “공 1개 1개마다 무조건 전력 피칭이다. 난 보여줘야 하는 존재이고, 정말 죽기 살기로 하고 있다”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한국스포츠경제 함태수기자 hts7@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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