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프로야구 시범경기가 22일 막을 내렸다. 정규시즌에 앞서 치르는 최종 리허설, 강렬한 첫 인상을 남기기 위한 선수들의 분투가 3주간 진행됐다. 김태형 신임 두산 감독은 “팬들의 관심이 상당하다. 예전과 달리 결과가 중요해졌다”며 “선수들도 설렁설렁 하는 게 없어졌다”고 평가했다. 김기태 KIA 감독은 “시범경기는 어린 선수들에겐 1군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쟁터다”며“엔트리를 어떻게 짜야 할지 아직도 머리가 아프다”고 말했다. 모든 사령탑들이 ‘기대 반 걱정 반’ 속에서 지켜봤다는 사상 첫 10개 구단 체제의 2015시즌 시범경기를 되돌아 봤다.
◇야신 효과는 언제쯤, 꼴찌 한화
지난해 최하위 한화는 올 스토브리그에서 100억 원이 넘는 돈을 투자했다. 송은범(4년 34억원)과 권혁(4년 32억원), 배영수(3년 21억5,000만원) 등 FA(프리에이전트) 삼총사에게 쏟아 부은 돈만 87억5,000만원이다. ‘야신’ 김성근 감독과도 계약금 5억원에 3년간 연봉으로 5억원씩 주는 조건에 사인을 했다. 또 김성근 사단으로 불리는 코치들 역시 타 구단과 비교해 많은 연봉을 받는다.
하지만 시범경기 성적은 영 신통치 않다. 초반만 반짝했을 뿐, 경기력 자체는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지난 12일 베테랑 포수 조인성이 종아리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하고 주장 김태균마저 종아리 통증을 느끼며 더그아웃 분위기가 축 처졌다. 21일까지 6연패로 시범경기 꼴찌를 확정했다, 그나마 최종전인 22일 투수진의 짠물 피칭으로 삼성을 2-1로 꺾었다.
한 야구인은 “1루로 뛰던 조인성이 왜 부상을 당했는지 주목해야 한다. 무리한 훈련이 원인이 될 수 있다”며 “젊은 선수와 베테랑의 몸 상태와 회복 속도는 천지차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외국인 타자 나이저 모건은 2군에서도 훈련 태도가 썩 좋지 않다고 들었다. 왜 이런 상황까지 왔는지 구단 내부적으로 냉철히 살펴봐야 한다”며 “스카우트는 이미 새 외국인 선수를 물색하기 위해 해외로 출국했다고 한다. 시작부터 뭔가 단단히 꼬인 느낌”이라고 꼬집었다.
◇만만치 않은 kt, 반전의 롯데
한화와 달리 kt, 롯데는 분위기가 상당히 좋다. 올해 1군 무대를 처음 밟은 kt는 NC, 롯데, LG, SK에 1승씩을 챙기며 4승8패의 성적으로 시범경기를 마쳤다. 한화에 1경기 차 앞선 9위. 하지만 구단의 미래라고 평가 받는 오른손 투수 박세웅이 2경기에서 11이닝 동안 4피안타 무실점하며 2승을 챙겼다. 21일 양현종(KIA)에게 솔로 홈런을 뽑아낸 김사연은 제2의 나성범(NC)을 꿈꾼다.
수원 팬들도 신이 났다. kt가 홈으로 두산을 불러들여 첫 시범경기를 치른 지난 14일, 수원 케이티 위즈 파크는 2만 명이 넘는 관중이 들어찼다. 지금은 사라진 현대 유니콘스의 마지막 홈 경기 이후 무려 2,717일 만에 수원에서 야구가 열린 날이었다. 조범현 kt 감독은 마무리 김사율의 부진으로 머릿속이 복잡하지만, 기대 이상의 경기력으로 10구단으로의 자격을 증명했다.
롯데는 반전의 연속이다. 19~21일 3경기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리는 등 막강한 화력을 과시했다. 시범경기 롯데 팀 타율은 2할5푼6리이지만, 득점이 69점으로 LG(72점)에 이어 2위다. 타선 집중력이 상당한 셈이다. 지난해 불법 CCTV 사찰 문제와 싹 바뀐 코칭스태프에 따른 후폭풍은 없는 듯하다. 요즘 롯데 선수들이 이종운 감독을 호평하는 일도 부쩍 늘었다.
◇욕만 먹은 스피드업 규정
한국야구위원회(KB0)는 지난해 말 규칙위원회를 열어 스피드업 규정을 강화했다. 2014시즌 경기 평균 시간이 역대 최장인 3시간27분이나 걸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타자는 타석에 들어선 순간부터 최소 한 발은 타석 안에 두어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현장의 불만이 극에 달했다. 투 스트라이크 이후 숨이라도 고르려고 타석에 벗어나는 순간 삼진을 당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진영(LG)은 “무슨 소련야구 하는 줄 알았다”고 했다. 김경언(한화)은 “투수와의 승부에 집중할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감독들도 “경기 시간을 단축하는 데는 동의하지만, 9회말 만루 상황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며 고개를 저었다. 한 감독은 아예 “최악의 규정”이라고 쓴 소리를 내뱉기도 했다.
결국 KBO가 한 발 물러섰다. 스트라이크 대신 20만원의 벌금을 물기로 한 것이다. 여전히 일부 선수들은 “말도 안 되는 규정”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가 “대승적인 차원에서 바뀐 규정에 찬성한다”고 밝히며 욕만 먹은 스피드업 규정 논란은 일단락 됐다.
◇눈에 띈 외인들
10개 구단 31명의 외국인 선수 중 새 얼굴은 17명이다. 재계약에 성공하거나 팀을 바꿔 생존한 선수, 다른 리그에서 뛰다 U턴한 선수가 총 14명이다. 이 중 투수 중에는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에서 이승엽과 한솥밥을 먹은 알프레드 피가로(삼성)가 시속 150㎞대 중반의 강속구를 뿌리며 주목 받았다. 류중일 삼성 감독도 “지난해 에이스 노릇을 한 밴덴헐크(소프트뱅크)와 직구 스피드가 비슷하다. 그런데 변화구 제구는 오히려 더 낫다”고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롯데는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한국 리그 경험이 전무한 선수들로 외국인 명단을 꾸렸다. 이종운 감독이 도미니칸리그에서 직접 찍은 브룩스 레일리와 제구가 안정적인 조쉬 린드블럼, 작년까지 추신수와 텍사스에서 함께 뛴 짐 아두치 등이다. 현재까지는 이들의 성공 확률이 상당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이다. 특히 아두치는 4방의 대포로 이 부문 1위에 올랐다. 발도 빨라 활용도가 높다.
이 밖에 나란히 2승씩을 거둔 라이언 피어밴드(넥센)와 루카스 하렐(LG), 메릴 켈리(SK) 등도 강렬한 첫 인상을 남겼다. 반면 구단 발표 기준으로 몸값이 가장 높은 LG 내야수 잭 한나한(100만 달러)는 종아리 부상으로 실전 출장 경험이 없어 물음표만 잔뜩 달렸다.
한국스포츠경제 함태수기자 hts7@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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