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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공략 신중히… 틈새시장 노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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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공략 신중히… 틈새시장 노려라

입력
2015.03.2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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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중동 순방 이후

정부 '장밋빛 꿈' 외치지만

사우디 자국민 채용 우선 정책 등에

예측불허 리스크도 만만찮아

"현지전문가 확보 등 꼼꼼히 살펴야"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에 진출한 모 건설업체는 현지 정부로부터 갑자기 제도 불이행을 이유로 공사 중단 통보를 받았다. 사우디 정부가 문제 삼은 제도는 2013년부터 자국민 고용 실적이 미진하면 불이익을 주도록 강화한 의무고용제다. 건설업체 관계자는 “사우디도 실업률이 높아서 외국인 노동자들과 갈등을 빚다보니 무조건 자국민 채용을 요구하고 있다”며 “그 바람에 한국에서 파견 온 직원들까지 돌려 보내야 할 판”이라고 울상을 지었다. 국내가 텅 비도록 청년들을 중동에 보내라는 정부의 기대와 달리 우리 청년들이 중동 지역에서 쉽게 일자리를 얻기 힘들 수 있다는 뜻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중동 순방 이후 정부가 ‘제 2의 중동 붐’을 강조하며 기업들의 중동 진출을 독려하고 있으나 정작 기업들 사이에서는 ‘장밋빛 꿈’보다 오히려 ‘중동 리스크’가 확산되고 있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실업률 증가, 장기적 유가 하락에 따른 현지 경기 침체, 예측 불허의 잦은 제도 변경 등으로 중동 시장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이 같은 현실을 모르고 섣불리 진출한 기업들의 피해 사례도 만만치 않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자국 이익을 최우선으로 삼는 중동 지역의 특성상 국내 기업들이 불이익을 보는 경우가 많다. 국내 모 건설업체는 중동에서 발전소 설립 공사를 하던 중 홍수가 발생해 현장이 침수되면서 공사가 전면 중단됐다. 그러나 현지 정부는 자연 재해를 인정하지 않은 채 일정 지연만 문제 삼아 위약금을 부과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중동 지역의 일부 국가들은 신뢰나 장기적 협력관계보다 단기적 이익을 우선한다”며 “이 때문에 작은 문제에도 높은 과징금 등의 불이익을 부과해 진출 기업들이 손해를 보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사우디 정부가 2013년 의무고용제를 강화한 것도 마찬가지다. 포스코경영연구소가 최근 작성한 ‘사우디에 대한 7가지 오해와 기업진출 시사점’보고서에 따르면 사우디 정부는 의무고용제를 강화한 이후 기업들의 자국민 고용 실적별로 등급을 부과해 등급이 낮으면 공사 허가를 늦게 내주는 등 불이익을 준다. 따라서 현지 진출한 우리 기업들이 노동자 채용에 어려움을 겪거나 예상을 뛰어넘는 비용 증가로 곤란을 겪고 있다.

여기에 환율 등 글로벌 경기 환경도 우호적이지 않다. 2000년대 원가 경쟁력에서 우리보다 뒤쳐졌던 일본과 유럽지역 건설업체들이 자국 통화의 평가절하로 경쟁력을 회복했으며, 저가를 무기로 내세운 터키, 인도, 중국 건설업체들까지 뛰어들어 경쟁이 극심한 상태다. 지난 19일 대통령 주재로 열린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는 중동 지역의 건설사업 수주 지원 확대 계획이 들어 있으나 중동 실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셈이다. 임정성 포스코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중동 지역의 저가 수주 경쟁 탓에 지난해와 올해 우리 건설업계는 사우디에서만 2조원 넘는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며 “교육, 의료 등 차별화 분야로 진출하거나 건설업종에서도 경쟁이 치열한 화공과 발전 플랜트 대신 송배전 등 틈새시장을 노릴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중동 지역에 대한 막연한 낙관을 버리고 신중하게 접근하라고 조언했다. 임 연구원은 “지금까지 건설업 이외 사업에 대한 중동시장 지식은 거의 축적되지 못했다”며 “지역전문가를 확보해 현지 협력 기업의 경영진 성향까지 현장에서 직접 확인하는 등 꼼꼼한 준비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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